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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경 Jan 04. 2024

호들갑 독일문학 번외편 – 오두방정 자문자답

호들갑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번외편 – 오두방정 자문자답      


   호들갑 독일문학을 연재한 지도 벌써 3년차 입니다. 그동안 과연 호독을 연재하는 자는 어떤 인간인지. 친구 A의 독일문학 사랑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는지. 화자 ‘나’는 얼마나 냉혈한이라 친구 A의 영업에 씨알도 먹히지 않는지 다들! 크게는 궁금하진 않으셨겠지만, 서점 방학을 앞두고 쉬어가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이름하여 호독작가가 호독작가에게 질문하는 오두방정 자문자답!     



 Q. 우선 인사와 함께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24년 새해가 밝았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호들갑 독일문학’을 연재하고 있는 호독작가 슐라프안추크입니다. 

 Q. 호독을 연재하면서 특별히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으실까요?

 A. 있습죠! 일단 처음 호독 연재를 결심하고 혼자 세운 기준이 있었습니다. ‘괴테’, ‘토마스 만’, ‘카프카’, ‘헤르만 헤세’ 이 4명의 작가의 작품은 소개하지 않겠다는 것인데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유명한 작가이니 저까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한동안 SNS를 달구었던 ‘만약에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이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유행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기인한 질문인 줄 모르고 심지어 카프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주변인을 꽤나 목격한 이후로 카프카는 소개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심경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잠깐 샛길로 빠져본다면...카프카의 ‘변신’의 벌레는 딱정벌레라는 주장에 손을 드는 바입니다.(<나보코프 문학강의>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3명 작가도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고 주장하시며 소개할 의향이 있냐 물어보신다면, 답은 놉! 카프카만 가능합니다. 


 Q. 작가님은 왜 독일문학을 좋아하시나요?

 A. 사실 이 질문을 평소에 가장 많이 받는데요. 여기에 답을 하고자 엄청나게 노력했죠. 저는 답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제 답이 무엇인지 궁금하시다면 여러분들도 한번 독일 문학을 접해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Q. 혹시 책을 소개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책들도 있을까요?

 A. 너무 많습니다. 소개할 수 없는 이유가 다양하고 흥미로운데요. 먼저, 절판입니다! 너무 슬픈 소개할 수 없는 이유이지요. 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니엘 켈만의 <에프>를 소개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도저히 ‘와! 대박인데요! 짱입니다.’ 직장인의 3대 칭찬 표현 이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책들이 있습니다. 가령 유디트 헤르만의 <레티파크>, 로베르트 발저의 <연필로 쓴 작은 글씨>가 그러합니다. 하아, 진짜 짱짱입니다! 2023년 하반기에 몰아치며 독일문학이 쏟아져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길어 완독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주 간격으로 읽고 소개해야 하는데, 저의 독서 속도는 느리기에 책을 선정할 때부터 신중한 편입니다. 중간을 넘어서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마주할 때는 식은땀이 납니다. 정말 울며 완독하고 아슬아슬하게 원고를 넘기지요. 


 Q. 호독을 연재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부제입니다. 책과 매칭시키기 어려운 부제를 뽑아냈을 때 가장 짜릿합니다. 부제로 솔깃해진 이들이 독일문학에 손을 대는 게 저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 그런데 부제와 책 내용의 간극이 엄청나 독서 후 화를 내시는 상상을 하며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 유튜브의 책 영업에 홀라당 넘어간, 독서에 큰 뜻이 없는 친구가 뭐 이런 책이 있냐고 화를 내던 책이 있었는데요. 하필이면 저도 소개한 적이 있었던 <1913년 세기의 여름>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순간 제 글을 읽고 구매하신 분의 피드백이 너무나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아직 까지 항의는 없어서 안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마음에 들었던 부제는 카이절링의 <파도>의 것이었고요. 주변에서 사람들이 좋아해줬던 부제는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의 부제였습니다. 유머와 연대는 제 글의 큰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Q. 친구 A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A. 글쎄요. 일단 출판계는 아닌 듯하고요. 아! 다들 저랑 친구 A를 동일시 하시던데요. 저는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사람이 아니고 진중한 사람입니다. 엄연히 다른 인물임을 명확히 하고 싶습니다. 


 Q. 화자 는 친구 A의 영업을 듣고 책을 구매한 적이 있나요?

 A. 아니요. 화자 ‘나’는 아주 줏대 있는 사람이라 잘 영업이 되지 않습니다. 요즘 독자들의 특성과 다름없지요. 독일문학을 아무리 소개하고 영업해도 어느 유명인의 말 한마디 영향력에는 상대도 되지 않아 조금 속상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걸 가지고 갑자기 소설아이디어가 떠올랐지 멉니까. 아 저는 취미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독일문학을 영업하기 위해 본인이 유명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어느 10대 소녀가 아이돌 연습생이 된 후 뮤지션으로 성공을 하고 나아가 대통령이 되는 소설을 써볼까... 하하하 이런 망상을 할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한마디와 올해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A. 풍문으로만 듣는 독자님들 제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호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올해는 더욱 새로운 독일작가와 문학을 발굴하고 유쾌하게 소개할 방법을 고민하고자 합니다. 요즘 서점에 몇몇 손님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문집을 만드는 것이 부러워 저도 독문 관련한 문학동아리를 만들어볼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문학 관련해서 문학수다가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나 저에게 문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혼자 읽기 너무 외롭습니다. 독일문학 무섭지 않아요. 아주 재미있답니다. 같이 올해도 재미지게 문학을 가지고 놀아봅시다. 감사합니다.


흥하라~ 독일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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