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에 도움이 될 만한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by 박효경

호들갑 독일문학 74

- 새해 다짐에 도움이 될 만한 독일문학


지난해 업무가 끝나지 않고 새해로 넘어오는 바람에 전혀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는 기분이 들지 않은 나는 오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면서 계속해 올해를 내년으로 부르고 있었다. 오리는 귀찮다는 기색 없이 말끝마다 올해로 정정해 주었다. 아직 작년을 사는 나에게 오리는 새해 다짐을 써보는 걸 추천하면서 이야기를 꺼내는데...



“얼마 전에, A님 집에 놀러 갔다가 발견한 책인데요. 목이 <새해>여서 눈길이 갔거든요. 왠지 1월에 읽으면 너무 좋을 거 같아서 빌려왔거든요. 예전에 A님이 추천해 줬던 ‘율리 체’ 소설이라길래 기대도 됐고요. 새해라는 제목답게 밝고 경쾌할 거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묘하게 팽팽한 긴장감이 도사리는 듯한 분위기였어요. ‘헤닝’이라는 30대 남성이 어느 휴양지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주인공 헤닝은 멋진 커리어가 있는 아내와 자식이 2명 있는 아빠예요. 연말연시에 휴가를 길게 내고, 가족끼리 따뜻한 스페인의 란사로테라는 섬으로 휴양을 오거든요. 여유를 만끽하며 자신의 취미인 자전거를 타며 연말 휴가를 보내는데, 완벽해 보이지 않나요? 단란한 가정에 남 부럽지 않은 집안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헤닝은 공황을 앓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공황이 생겼는지 싶어서 헤닝을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분위기 묘사가 진짜 긴장감을 주더라고요.



자전거 타는 헤닝과 섬으로 휴가와서 헤닝이 겪었던 일들이 교차 되면서 장면이 묘사되는데 일단, 이 부부에게 뭔가 사연이 있어보인단 말이죠. 종아리가 터질 듯이 아파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때 마침내 헤닝은 공황의 원인을 마주하게 돼요. 과거의 어느 순간이 계속해서 헤닝의 현재와 미래를 붙잡고 있더라고요. 왜 소설의 제목이 새해였을까. 1월 1일을 헤닝이 중간중간 되뇌는 장면에서 첫 시작이라는 부분이 계속 걸리더라고요. 결국 맺지 못한 과거는 시작을 방해하는데요. 헤닝이 그랬던 거처럼 각오나 다짐이나 비록 세레머니에 그친다 해도 새해의 다짐을 땅땅땅 박으면 새해가 마침내 시작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전 올해 헤닝처럼 자전거를 배워보려고 해요.”




맞다 작년의 업무가 끝나지 않으니, 내 새로운 시작의 발목을 잡는 꼴이지 근데, 새해 다짐도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걸. 그치만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새해라 하면 본디 음력이 있고, 나에겐 아직 새해는 조금 더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고, 그때도 새해 다짐을 놓쳤다면, 가톨릭 신자로서 4월 어느날에 있는 부활절 기회가 한 번 더 있고... 하아 진짜 작년은 언제 끝이 날까.



율리 체


<새해/ 율리 체(이기숙 옮김)/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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