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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하면 생각나는 독일문학(?) 그리고...

호들갑 독일문학

by 박효경

호들갑 독일문학 73

- 크리스마스하면 생각나는 독일문학(?) 그리고...


송년회로 친구 A와 오리와 단추가 나의 집으로 모였다. 송년회에 모이기 전 친구 A는 각자 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소설을 하나씩 가져와 서로에게 영업하자고 제안했다. 다들 흔쾌히 승낙했고, 성실하게 추천할 책을 읽어 왔다. 나만 빼고 말이다. 바쁜 일상을 핑계 삼은 나를 너그러이 용서해주는 이들은 대신 그들의 영업을 듣고 가장 읽고 싶은 소설을 골라달라고 요청하는데...



오리 : 저는 크리스마스하면 기 드 모파상 소설 <크리스마스 만찬>이 떠오르는 거 같아요.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지 않던 주인공이 시끌벅적한 연말 분위기에 홀려서 크리스마스 만찬을 열었다가 된통 당해 다시는 크리스마스 만찬을 열지도 않고, 가장 싫어하게 된 이야긴데요. 주인공이 안쓰럽기도 하고, 처한 상황이 우스워서 재미있었어요.



단추 : 나 그 이야기 아는데! 주인공이 뭐가 안쓰러워요. 늙다리 뚱보 아저씨가 흑심을 품으니깐 그런 사건이 터지지! 난 통쾌하던데. 아니 근데 진짜 크리스마스하면 찰스 디킨스 아닌가? <크리스마스 캐롤>아닌가? 스크루지 영감 얘기야말로 크리스마스의 클래식 아닌가요? 크리스마스 시즌엔 찰스 디킨스 소설 읽으면서 한 해 동안 나의 옹졸함을 점검하고, 주변을 살피고 해야하거든요. 말해 뭐합니까 당연히 스크루지 영감 얘기가 최고지요.



친구A : 뭘 좀 모르시네요들 크리스마스하면 단연 발저! 로베르트 발저이지요. <한 편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 된 주인공의 당황스러움이 난 너무 웃기더라고요. 소설에서 눈 밭에 쓰러져 죽은 이를 떠올리는 장면은 마치 작가 자신의 마지막을 아는 듯 해보여서 놀랍기도 하고요. 그의 죽음이 평범하지 않아서 크리스마스만 되면 생각나는 작가죠.



셋은 계속해서 자신이 읽은 소설을 끊임없이 추천했다. 그런데 셋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크리스마스에 주인공들은 대체로 반성을 하거나 후회하는 거 같아. 밝은 얘기보다는 이면을 다루는 느낌이 들어 전부 흥미로워 도저히 선택할 수 없다가 친구A의 손을 들었다. 발저얘기가 흥미로웠다는 점도 있었지만, 친구A가 가져온 책엔 발저만 있지 않았다. 단추가 좋아하는 찰스디킨스의 작품, 뮤리엘 스파크, 나보코프, 오 헨리 등등 여러 작가의 단편이 같이 수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가장 좋은 선물은 종합세트지. 종합세트야...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 오 헨리 외(김영글 옮김)/ 돛과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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