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 중 일기쓰기 목표에 도움이 되는 독일문학

호들갑 독일문학

by 박효경

호들갑 독일문학 6

- 일기쓰기에 도움이 되는 독일문학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새해 목표를 세운다. 목표의 내용은 해가 바뀌는 것과는 상관없이 대체로 엇비슷한데, 그중에 꼭 등장하는 것이 ‘일기 쓰기’다. 11월부터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를 찾느라 애쓰는 것에 반해 다이어리는 1월만 빼곡하다, 나머지 11달은 설렁설렁 내용을 겨우 채운다. 다이어리 구성, 일상의 분주함 등의 적극적인 핑계를 내세우며 다시 11월에 다이어리를 찾으며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올해는 특별히 일기를 잘 써보고 싶은 마음에 도움을 받을 만한 책이 있는지 검색하던 중 친구 A가 때마침 전화가 왔다.



“일기! 어머 어머 최근에 읽은 소설 참고하면 너무 좋겠다! 마를렌 하우스호퍼의 <벽>이란 소설이야. 소설은 알 수 없는 재난으로 산장 주변에 투명한 벽이 생기고 주인공 혼자 고립이 되어 2년 남짓 자신의 일상을 기억에 의존하며 기록한 글로 구성되어 있어. 일기 쓰기에 완전 도움 되겠지! 주인공은 자식을 다 키워내고, 남편을 먼저 보내고 혼자 사는 중년여성이라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여행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 그날도 사촌 내외의 초대로 사촌의 산장에 가게 된 거였거든. 모두 사냥을 떠나고 사촌이 기르는 개 룩스와 둘이 산장에 남은 바람에 혼자만 투명한 벽에 둘러싸여 생존할 수 있게 된 거야. 재난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소설은 갑자기 주인공은 재난 상황을 극복하려고 고군분투를 하겠지만, 이 소설은 기대를 완전히 저버려. 주인공은 개와 길고양이와 소와 함께 산장에서 탈출구를 찾기보다는 벽 안에서 생존해 나가. 벽은 고립과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보호이기도 하잖아. 벽을 꼭 부수거나 넘어야 하는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아서 좋더라고. 끊임없이 계발과 성장을 요구받는 현대사회에서 극복 서사가 아닌 방식이라 통쾌했어. 성장만이 능사는 아닌데 왤케 극복하고 성장하라고 재촉하는 건지 정말. 물론 주인공도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극복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게 바로 기록이야. 사실 기록의 목적은 타인에게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겠니. 냉정하게 말하면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의 글은 읽힐 수가 없단 말이지. 그렇다 보니,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기록이란 무엇일까. 글쓰기란 무엇일까.라는 원론적인 질문이 계속 떠오르더라. 캬~ 이렇게 소설 읽고 나서 기록과 글쓰기에 대해 고찰하고 나면 일기 쓰기가 완전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말이야. 분명히 재난의 상황인데, 생각보다 잘 지내는 주인공의 일상 기록을 읽고 있으면 뭔가 모르는 힐링이 온단 말이지. 어때? 일기 잘 쓰기 위한 책으로 완전 안성맞춤이지?”



친구 A는 이번에 영업하는 책을 인생 책이라 말하며(여기서 속으면 안 된다. 친구 A는 다소 수시로 인생 책이 갱신된다.) 다각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폰을 끼고 있던 어깨가 아파 잠시 내려두고 다이어리 검색을 했다. 한 달 짜리 다이어리 구성이 꽤 좋아 보여 추가 구매를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벽/ 마를렌 하우스 호퍼/ 고트(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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