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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함과 특별함

by 하스텔라

누군가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것일 때가 있다.

그 차이를 느낄 때마다, 나는 세상이 참 묘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살면서부터, 나에게 한식은 특별한 의미가 되었다.

한국에서 매일같이 먹던 김치, 된장국, 밥과 반찬들이 이제는 ‘특별한’ 음식이 되어버렸다.


한식 재료를 사려면 자전거를 타고 먼 슈퍼마켓에 가야 하고, 고춧가루 하나를 살 때도 마음의 결심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양파 하나도 못까던 내가, 김치를 담그고 여러 한국음식을 해 먹을 때면 크~ 감개무량하다.


한식을 차려 먹는 날은, 그냥 밥을 먹는 날이 아니라 ‘작은 축제’의 날이 된다. "이야- 정말 기분좋게 잘! 먹었다." 라는 느낌이 든달까.

그런데 한국에 살 때는 어땠을까? 그때의 나는 한식이 너무나 당연했다.

매일 밥상 위에 올라오는 김치와 나물반찬은 익숙해서,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은 양식을 먹어야 ‘기분이 나는 날’이라고 느꼈다.

그게 내가 알던 특별함의 모양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반대다.

하루 세 끼 중 두 끼는 빵과 치즈, 샐러드로 해결하고, 저녁에는 파스타나 서양음식을 해 먹는다.


심지어.. 사진을 올리려고 보니, 온통 한국음식 뿐이다. 한식 할 때만 사진을 찍어 기념하는터라…!

어느 날, 내가 먹는 그 지루한 식사를 누군가가 보고 “와, 진짜 맛있겠다!”라고 말한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조금 웃음이 난다.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갈망을 느끼는구나.


내게는 지겹고 단조로운 식사가,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유럽식 브런치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런 순간마다 나는 생각한다.

‘특별함’이라는 것은 실은 대상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는 것 아닐까.


무엇을 먹느냐보다, 그 음식이 주는 감정과 기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한국에서 먹던 평범한 밥상도, 지금 돌아보면 그 무엇보다 따뜻하고 풍요로웠다.

그 시절에는 몰랐던 그 소중함을, 먼 거리에서야 비로소 느낀다.


아마 인생의 많은 것들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하다고 여길 때는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다가,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특별했는지를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하루의 평범함 속에서도 ‘특별함’을 찾으려 노력한다.
식탁 위에 김치가 없어도, 창문 밖 햇살이 따뜻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함과 특별함은 서로의 그림자처럼, 하나가 사라져야 다른 하나가 빛난다.
그 사이에서 나는 늘 배우고, 느끼고, 조금씩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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