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측은지심이 많은 사람이다. 길에서 노숙인을 보면 자연스럽게 빵을 사서 전해드리고, 강아지와 함께 있는 분을 보면 반려동물 간식까지 챙겨드리곤 한다.
혼자 돌아다니는 강아지나, 오랫동안 홀로 있는 고양이를 보면 그날 하루는 온 신경이 그 아이에게 쏠릴 정도다. 잃어버린 사람이 있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재빨리 전단지를 만들어 여기저기 뿌리거나 인터넷에 올려서 집을 찾아준 경우도 많다.
다행히 독일에서는 유기동물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반려견이 혼자 돌아다니는 모습은 단 한 번 본 적이 있고, 고양이들도 대체로 집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내가 이렇게까지 동물에게 마음을 쓰기 시작한 건 내 고양이, 슈무지와 함께 살면서부터다. 그전에는 동물에 특별한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슈무지와 함께한 후로는 내가 새롭게 발견한 또 다른 ‘나’가 생긴 셈이다. 한 생명과 함께 지내는 경험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직접 느꼈다.
요즘은 인터넷만 켜도 동물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보인다. 구조 활동을 하는 분들, 보호소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분들, 개인적으로 사비를 들여 돌보는 분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동물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에 늘 감사함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동물을 물건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는 현실은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한다. 그런 글을 볼 때면 몇 시간, 어떤 날은 며칠 동안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한국에 있었다면 나 역시 활동에 직접 참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 유기동물 보호 활동에 휩쓸려 내 생활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거리에 있는 동물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은 정성을 보태며 지내고 있다.
한국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은 사실상 쓰지 않는 돈이기도 했고,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그쪽으로 흐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개인 구조자들과 단체에 소액씩 꾸준히 후원을 했는데, 어느 달엔 나도 모르게 액수가 꽤 커졌다. 그달엔 총합이 100만 원이 넘었던 것이다.
그때는 솔직히 말해 금액을 계산하고 쓴 게 아니라, 그때그때 마음이 쓰이는 곳에 조금씩 보탠 결과였다.
그러다 남편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한국 계좌를 함께 들여다보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남편이 놀란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는 건 가정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걱정될 수 있는 부분이었고, 개인에게 보내는 후원의 경우 예기치 못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었다. 남편은 그 점을 크게 염려했고, 그 순간의 감정이 격해졌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가정의 상황과 나의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식을 함께 고민했다. 그래서 지금은 신뢰할 수 있는 두 곳에만 정기적으로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예전처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즉흥적으로 돕는 일은 줄었지만, 대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실천이 되고 있다.
동물을 향한 내 마음은 여전히 크다. 사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내 통장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아마 나는 여전히 여기저기 후원을 계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여러 곳에 후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 역시 놀라긴 했다. 나를 생각해서 건네는 조언들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다들 조금 격앙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반응들 속에는 ‘네가 마음을 너무 많이 쓰다가 스스로 힘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걱정이 담겨 있다는 걸 안다. 나의 성향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내가 마음만 앞서 무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반응이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지금은 감정이 움직일 때마다 곧바로 행동하는 대신, 지속 가능한 선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후원을 조절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때로는 ‘너무 적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니란 걸 나는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다해 돕는 것, 꾸준히 관심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작은 도움 한 번, 길에서 마주친 동물에게 따뜻한 시선 한 번.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고, 세상을 조금 더 안전하고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완벽하게 바꾸기는 어렵지만, 마음을 가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면 조금씩 세상이 달라진다. 동물을 향한 우리의 마음이, 서로에게, 그리고 그 생명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아… 이 세상에 동물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