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나를 돌아보면 참 후회스러운 부분들이 많다.
그때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돌아보면 마음이 쓰라린 순간들이 가끔씩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버티겠다고 빙빙 돌아간 선택도 아니고,
대학교 합격이 취소되었던 일도 아니고, 논문을 망쳤던 경험도 아니다.
그런 일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에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길 수도 있었다.
정말 마음 한가운데 오래 남아 있는, 지금도 떠올리면 숨이 잠깐 멎는 듯한 후회는..
내 고양이 슈무지가 어렸을 때 내가 그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다는 것.
그 작은 생명을 혼자 잠들게 하고, 혼자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땐 정말 고양이를 몰랐다.
고양이는 침대에 올리면 안 된다, 방에 들이면 안 된다, 사람이 너무 많이 만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억지로 들어 올리면 안 된다, 사람이 개입하면 안 된다 등등.. 이런 말들을 그대로 믿었고, 그대로 지켰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 손바닥 만했던 작은 아이가 밤마다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을까.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사는 아이가 여러 날들을 홀로 견디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죄책감이 몰려와 마음이 수십 번은 쪼개지는 것 같다.
하지만 한 생명을 배에 품고 나니 다짐하게 된다.
슈무지에게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는 절대로 같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사랑을 아끼지 말아야지. 내가 줄 수 있는 따뜻함을 모두 주면서 살아야지.
‘과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보다 ‘혹시 또 부족하지는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따뜻함을 건네야지.
나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라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생명들에게만큼은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온기와 마음을 조금도 아끼지 않고 건네며 후회 없는 시간을 쌓아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아주 먼 미래에, 슈무지를 다시 떠올릴 때 지금처럼 가슴이 미어지기보다는
“그 아이가 나에게 준 사랑 덕분에,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내 옆에서 나를 믿고 몸을 기대며 뒹굴거리는 슈무지에게 말해본다.
정말 미안해.
그리고 앞으로는 더,
훨씬 더 잘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