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불꽃놀이

1월 1일

by 하스텔라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장 염려됬던 것은 다름 아닌 소란스러운 불꽃놀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불꽃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오, 예쁘다!” 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다. 동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불꽃놀이가 동물들에게 얼마나 큰 소음이고,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게 된 이후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


독일에서는 새해를 맞이하며 각 집집마다 (거의 예외 없이) 폭죽을 터뜨린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여간 전쟁통이 따로 없다. 유학 초기의 12월 31일 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때문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총소리처럼 느껴졌다.

집에 함께 사는 강아지나 고양이에게는 그 소리가 얼마나 큰 공포일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이들은 우리보다 몇 배는 더 예민한 청력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나 시끄럽고 또 얼마나 두려울까.

몸을 덜덜 떨며 웅크려 있는 슈무지를 쓰다듬으며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불꽃놀이에 열광하는 걸까?

왜 새해를 이렇게 요란하게 맞이하는 걸까?


가톨릭 전통에 따르면 12월 31일은 ‘실베스터(Silvester)’라는 성인의 이름날이다.

가톨릭에서 이름날은 신앙과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인물과 연결된 날이기에, 이 날짜 역시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종교적·역사적 배경을 지닌다.
우리가 12월 31일을 ‘실베스터’라고 부르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가톨릭 역사와 불꽃놀이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 그리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새해는 ‘조용히 맞이하는 날’이라기보다 ‘요란하게 쫓아내는 날’에 가깝다.
12월 31일 밤에 불꽃을 터뜨리는 풍습은 큰 소리와 강한 빛으로 악령을 쫓고 새해의 복을 불러온다는 민속 신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즉, 불꽃놀이와 새해 축하 문화는 종교 의식이라기보다는 세속적인 관습이라는 것!



독일에서는 특히 개인이 폭죽을 직접 구매해 터뜨리는 문화가 강하다. 1년에 단 하루, 12월 31일 밤과 1월 1일 새벽에만 폭죽 사용이 허용되고, 그 제한된 시간 안에 모두가 한꺼번에 터뜨린다. 그래서 도시 전체가 마치 포위된 것처럼 요란해진다. 공공 불꽃놀이가 중심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각자의 불꽃’이 여기저기에서 터지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오랜 믿음에서 비롯된 전통일지라도, 동물들에게는 아무런 예고도, 의미도 없는 재난일 뿐이다.


사람은 알고 있다. 오늘 밤이 시끄러울 거라는 걸. 언제쯤 끝날지도, 내일이면 다시 조용해질 거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갑작스럽게 터지는 굉음과 섬광은 그저 이유 없는 위협일 뿐이다. 어디서 오는지도, 언제 멈출지도 알 수 없는 소리 속에서 이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린다.


한국처럼 비교적 조용한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나라에서는 이런 장면을 떠올릴 기회조차 적다. 그래서 불꽃은 그저 아름다운 장식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떨고 있는 동물과 함께 밤을 보내고 나면, 불꽃은 더 이상 축하의 상징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무서움에 웅크려 있는 슈무지를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사람들이 액운을 쫓기 위해 내는 이 소음이,

동물들에게는 액운이 되어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을까.

(번역) 누군가에게 재미로 여겨지는 일이, 다른 이들에게는 큰 고통을 안긴다.
새해 전야의 폭죽 놀이는 반려동물들만 스트레스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다. 야생동물들 또한 공포에 휩싸인다. 일부는 목숨을 잃고, 다른 일부는 폭죽으로 인해 장기적인 후유증을 겪게 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작은 생명에게 남겨버린 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