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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스텔라 Nov 16. 2024

11월 11일: 성 마틴 축일 (Martinstag)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가 아닌,

성 마틴 축일
(St. Martins-Tag 또는 Martinstag)

이 날은 따뜻함과 나눔의 정신을 기리며, 특히 학교에서 큰 축제로 기념된다.


매년 학교에서는 3학년 학생들이 주최하는 성 마틴 축일 행사가 열린다. 이 축제의 중심에는 연극과 등불 행진, 노래, 그리고 빵 나눔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준비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연극 대본 작성부터 연출, 무대 꾸미기, 아이들과 함께 등불 제작, 사람들이 등불을 꽂아둘 공간 마련, 등불을 들고 행진할 어두운 숲길의 촛불 장식까지 모든 세부 사항을 맡아야 한다. 한마디로 축제를 이끌기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정말 바빠진다.. 하.. 정말 힘들었다.

성 마틴 그림

성 마틴 축일: 눈이 오는 추운 겨울. 어느 한 마을 성 문 앞에 누더기 옷만 입은 채 덜덜 떨고 있는 한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한 기사가 말을 타고 지나가다가 그 가난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입고 있던 망토를 칼로 반으로 나누어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그 망토를 입은 사람은 더 이상 추위에 떨지 않았다.  

이 교훈으로는 이렇다.

내 따뜻함을 나눠줌으로써 세상을 밝힌다는 것! 내 따뜻함을 상징하는 등불을 들고 걸으며 어두움 에서 불을 밝히며 간다는 선한 영향력!



올해 3학년 담임이 된 나, 이제 내가 총대를 맬 차례이다. (극심한 부담감....!)

매년 하는 행사이기에 대본이 있긴 하지만, 나는 같은 대본을 쓰고 싶지 않았고, 나만의 무대를 꾸미고 싶었다. 내 욕심이기도 하였으나, 아이들 성향에 맞게 대본을 씀으로써 아이들의 이해를 도우며 적극적인 참여를 꾀했고, 이렇게 아이들이 더욱더 쉽게 대본을 외울 수 있도록 했다. 대부분 우리의 삶이 그렇듯, 아이들은 연습 때는 훨씬 잘했는데 관중들이 오니 너무 떨렸던 모양인지 목소리가 정말 정말 작았다.. 이 점이 아쉽긴 했지만 그 모습마저도 귀여웠으니 그래도 만족한다!


아이들만 긴장할 리가 있을까. 담임인 나도 마찬가지였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외국인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부담과 긴장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사실 연극 준비 과정, 또 연극을 담임인 내가 주도했으니, 아이들만의 연극이라기보다는 나의 연극이었던 셈이다.


올해로 교직 3년 차가 되었지만, 이전에 몇몇 행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이런 대규모 축제를 홀로 책임지고 이끄는 일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번처럼 메인 행사 전체를 처음으로‘홀로’ 맡아 진행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더 크게 다가왔다. 어쩌면 이런 감정은 3년이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완전히 극복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가끔씩은 ‘내 독일어를 사람들이 평가하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으로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지고는 한다.


아무튼, 끝나면 다 좋은 것 아니겠는가! 어제부로 나에게 할당된 제일~~~ 큰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축제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이 "정말 잘했다", "멋진 행사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뿌듯하다!!!


아이들이 만든 등불
어둠 속 등불들

성 마틴 축일 준비로 정말 고생했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나니 홀가분함과 성취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 숨 돌릴 새도 없이 이제 학교 바자회 행사를 이끌 차례다. 하하, 정말이지,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일을 맡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날 믿고 이렇게 큰 행사들을 맡겨주니 감사해야 하는 일일지도. 부담감도 크지만, 이런 믿음 덕분에 매번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바자회 행사는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선생님과 함께 준비할 수 있어서 조금은 부담이 덜하다. 성 마틴 축일처럼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상황은 아니니,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준비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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