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나는 20살 (만 19세)에 독일어를 시작했는데, 독일어가 어찌나 어렵던지 좌절감에 눈물도 많이 흘렸다.
내가 독일어를 갓 배우기 시작했을 때 있었던 일인데, 마트에서 린스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독일은 한국과 비교하면 물이 정말 좋지 않아서 머릿결이 많이 뻑뻑해지곤 한다).
독일어 까막눈 시절이라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하도 두리번거리자 어떤 할아버지가 오셔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봤다. 그때 나는 앞뒤단어 아무것도 없이 마냥 린스! 린! 스! 만 연신 내뱉었는데 할아버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갸웃거렸다. 한참 그렇게 린스를 외쳤지만 결국 이해하지 못했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할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치며 가게를 나가셨다. 하하.. (참고로 독일어로 린스는 Spülung)
나는 어학을 배울 당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말을 걸기도 하고 공원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나 독일어 배우고 싶은데, 대화 상대가 되어 주겠니?”라고 하며 대화를 하곤 했다.
나는 무식해서 용감했다.
또 그 당시에 피아노를 치고 싶었지만 마땅히 칠 곳이 없어서 집 앞 마트 대자보에 공고를 써서 붙여놓았다. “집에 피아노가 있는 분은 연락 주세요. 피아노를 치고 싶습니다.”라고.
물론 내가 제대로 썼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던 중 며칠이 지나 연락이 왔다. 집에 피아노가 있으니 집에 와서 쳐도 좋다고 하셨다.
한 시간에 1유로만 내고 빌렸으니 사실 공짜나 다름없었다!
그 후 나는 몇 번이고 그 집에 가서 피아노를 치며 기분 전환을 했고, 그 집주인 부부와도 스몰토크를 하며 독일어 연습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나에게 초대장을 주었다.
그 초대장 안에는 예수님의 모습과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는데, 무슨 말이 쓰여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 만 우선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
그 집에서 나와 길 가는 독일 사람들에게 이 초대장의 뜻이 뭐냐고 물어보았는데 하나같이 절대 가지 말라면서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나는 당시에 무슨 말인지 전부 이해하지 못했지만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했고, 그렇게 나의 피아노 취미생활을 끝이 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 위험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에게나 말을 걸고, 길 가는 사람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모르는 사람 집에 막 들어가고...
간도 참 크다.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독일어 회화 연습을 했는데, 방법이 좀 위험했던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로 인해 회화가 자연스럽게 늘었던 것 같다.
또한 언어를 배울 당시 즐겨 보던 시트콤이 하나 있었는데, 대화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받아 적고 읽어 보기도 하며 꽤 열심히 공부했다. 최근에 다시 동영상을 돌려봤는데, 아직도 대화 내용이 다 생각 나는 걸 보니 헛공부한 것 같지는 않다.
10년 넘게 독일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는 아직도 어렵다.
외국인이 모국어처럼 독일어를 하기란 아마 불가능한 일 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