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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없는 엄마찬스

by 하스텔라

교직생활 4년 차, 현재 근무 중인 이 학교에서는 3년째 일을 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내 학급을 거쳐갔는데 그중에는 단기 7일 실습생부터 1년짜리 실습생, 교생, 보조교사들까지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계약서를 쓰기 전에 'Hospitation'이라는 수업 참관 기간을 거친다. 이 기간 동안 수업을 관찰하고, 학교와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지 평가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을 필터링한다. 첫인상을 판단하는 중요한 시간!


우리 반에도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며 필터링을 거쳤지만, 때때로 내 판단이 틀릴 때도 있었다. 처음 인상이 좋다고 뽑아놓은 사람들이 나중에 그다지 큰 성과를 못 내거나 심지어 개판을 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는 9월부터 실습을 하는 J가 있다. 그녀는 첫 면접에서 이미 여러 학교에서 실습 경험이 있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한다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그 열정에 감동! 을 받아서 그녀를 뽑았다. (젊은 패기에 감동했달까)


그런데 문제는 첫날부터 시작됐다. 그녀는 첫날, 수업에 나오지 않았고, 전화를 해보니 너—무 아파서 연락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뭐.. 그래.. 조금 의아하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그 이후로도 J는 아프다고 조퇴를 하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라'며 약간의 '경고'를 줬다.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며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고, 그 이후 10월에는 조퇴는 꽤 있었지만 병가를 내지 않았다. 경고가 먹혔나 싶었다.

문제는 11월부터인데… 아프다는 이유로 병가를 내거나 조퇴를 하고, 심지어 무단결근을 하면서 문제가 계속 반복되었다. (아이고 두야..)


그리하여 또 한 번의 면담을 했는데, 그녀가 말하길.. 본인이 함부르크보다 더 북쪽의 도시에서 왔기 때문에, 혼자서 먼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 힘들다고 울고 불며 호소를 했고, 나 역시 홀로 타국에 와 독립했을 때를 회상하며 그녀를 이해해 보려 하였다.

그래 힘들 수 있지.
그녀의 눈물과 함께 내린 결론:
하루 4시간 근무


8시간 근무가 힘들다면 하루 4시간씩 (점심시간 1시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하루 3시간..) 일하는 방향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1월부터는 8시간 전부 일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그녀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고마워하기에 다시 또 마음이 측은해졌다.


2주 정도 그렇게 잘 나오나 싶었는데 그녀가 또다시 '갑자기' 병가를 내고, 그다음 날 배가 아프다고 결근하고, 또 그다음 날은 구역질이 난다고 결근하며 상황이 반복되었다. 어질어질했다.

내가 너무나도 화가 나는 건, 내가 그녀의 WG 하우스메이트(Wohngemeindschaft: 한 집에 여러명이 사는 거주형태) 에게 그녀의 꾀병소식을 이미 들어버린 것이다.. 괘씸..!!


나는 실습생 담당자와 상의 후, 공식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계속할 거면 그만두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전했지만, 물론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답장으로 "아파서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이 학교에서 실습을 계속하고 싶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너는 책임감 있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할 의무가 있다. 학교에 남고 싶다면 매일 나와야 하고, 이제 8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잘 생각해 보라"라고 했다. 그런데 그다음에 온 메일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바로 그녀의 엄마가 보낸 메일!

요즘 MZ세대는 엄마찬스를 쓴다더니
과연!!


아니, 우리 아이가 아파서 일을 못한다는데 왜 우리 애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욧? 하여 전화상담을 요청했는데, 나는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9월부터 12월까지 결근일수가 총 30일이 넘고, 조퇴 역시 30일이 넘습니다. 그리고 하루 4시간 근무는 잠시동안의 방안인데, 1월부터는 정상근무를 해야 합니다. J가 과연 앞으로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군요. “

그녀의 엄마는 J와 이야기를 해보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상황을 겪으며, 나는 '책임감'이 단순히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열정과 사랑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과 어른이 되려면, 사랑만큼이나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렇게 또 배워본다.


허나… 어찌 이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할 수 있는지가 정말 의문이다. Die jüngere Generation will nur Erfolg, ohne etwas dafür zu haben. (젊은 세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성공만을 원한다.) 라더니.. 정말 맞는 말인 모양이다. 이런 말을 적고 보니, 난 사실 ’젊은세대‘인데 꼰대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누구의 말대로 꼰대는 나이가 아니라 위치가 만들어내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리에 따라 책임져야 할 것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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