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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Jan 18. 2022

개가 사고를 친다는 건…

나름의 이유

    별이가 어렸을 때, 인생 첫 반려견이었던지라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온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 것.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쓰레기통이 엎어지고 봉지가 다 뜯겨져 나가 온 집이 쓰레기로 난장판이 되어 있다던가, 소파가 다 물어 뜯어 앉지도 못할 정도로 기능을 상실한다거나, 식탁에 있는 과자를 몰래 먹으려고 이리저리 뜯어놓아 바닥 곳곳에 과자 부스러기가 있는 등등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사고를 쳤었던 별이. 그런 광경을 보고 나면 나도 모르게 속에서 욱하면서 화가 올라왔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매일매일 이렇게 치워야 하나 하면서 걱정도 되고….

    그러다 보니 별이를 많이 다그치기 시작했다. 쓰레기를 가리키면서 혼내보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안 돼~ 저렇게도 안돼~’하면서 훈육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눈치만 늘어 여기저기 피하기 일쑤. 어느 날은 집에 가니 늘 반기러 오던 별이가 나오지 않았다. 둘러보니 또 한바탕 난리를 쳐놨더랬다. 정작 별이는 보이지 않길래 불러도 오지 않길래 어디 있나 찾아보니 아마 곧 혼난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부엌에 납작 엎드려서 꼬리만 살랑이며 숨죽이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왜 자꾸 사고를 칠까?’ 궁금해하던 시기에 티비에 나오는 반려견행동전문가에게서 “반려견이 집에서 사고를 치는 건 해소되지 못한 욕구불만 때문이다”는 이야기를 듣고 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별이 같은 경우에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데 집에 아무도 없고 심심해서 아마 놀이로 이것저것 찾아 헤매다가 사고를 치는 것 같았다. 그 후 외출하기 전에 시간을 내서 산책을 하거나, 놀아주고, 나가기 전에 충분히 놀면서 먹을 수 있게 간식을 주고 나갔더니 사고 치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도 없어졌다. 보호자인 내가 별이의 마음을 모르고 그저 다그치고 혼냈던 그 시간들이 미안해졌다.

    혹시 처음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내 강아지가 사고를 치는 건 보통 보호자를 기다리다 못해 지쳐 어떻게는 자신의 불만을 풀어보려 아등바등하는 메시지일 테니 충분히 사랑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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