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니까 가능한 일
‘똥도 촌수 가린다.’
산책 중에 다른 개똥을 만나면 항상 울 엄마가 하시는 말씀. 더럽다고 느껴지는 똥에 촌수를 가린다고? 처음 들었을 땐 의아했지만 별이를 보고 금방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촌수의 사전적 의미 : ‘친족 간의 멀고 가까운 정도를 나타내는 거리의 척도’. 별이는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이 되었고, 내 동생과 같으니 촌수로 따진다 하더라고 가까운 촌수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 별이가 누는 똥은… 뭔가 좀 다른 기분.
우선 똥을 누려고 폼을 잡는 것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여기저기 냄새를 맡다가 어느 순간 뺑그르르 몇 바퀴 돌더니 세상 진지하게 자리를 잡고 신중하게 볼일을 보는 별이. 준비한 비닐봉지에 똥을 깨끗이 담으면 그 따끈따끈한 온기가 손에 전해지는데 그게 그리 싫지가 않다. 오히려 겨울엔 그 온기를 즐기기까지 할 정도. 마루리로 치우기까지 완료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보람까지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다른 똥은 얘기가 다르다. 요즘은 예전보다 반려문화가 성숙해져 많이들 챙겨가지만 아직도 곳곳에 방치되어 있는 다른 개똥을 종종 만나곤 한다. 분명 개를 키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내 눈에는 귀여운 내 반려견의 조금 더러운 똥이지만 남의 눈엔 기함을 토할 만큼 기분 나쁜 똥이 될 수도... 나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진짜 사랑한다면 그 친구가 지나간 자리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은 반려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똥은 분명히 촌수를 가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