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 따위 멀리 던져버려!
아침 7시. 반려견의 따뜻한 콧김을 모닝콜 삼아 눈을 떠 상쾌한 아침을 시작합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반려견과 함께 하는 아침 산책. 여유롭게 냄새를 맡으며 걸어가는 반려견을 바라보는 시선 끝에 웃음이 핍니다. 반려견과 발을 맞추며 아침의 한적한 동네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쌓였던 어제의 피로가 싹 풀리고 행복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와 같은 로망을 가져본 적 있다. 상상만으로도 영화 속 한 장면이 연상되며 힐링을 가져다줄 것만 같은 반려견과의 산책.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출근하면 집에 혼자 있을 별이를 위해 출근 전에 산책하던 버릇을 들여놓았더니 정말 기가 막히게 일어날 시간을 알고 깨우러 온다. '5분만, 5분만 더 잘게'는 절대 통하지 않지. 비몽사몽 뜨지도 못한 눈. 대충 더듬더듬 손에 잡히는 옷을 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쫓기는 것 마냥 산책을 나간다.
나가자마자 기운이 넘치는 별이는 줄이 팽팽해질 정도로 당겨 앞서 나간다. 갈지(之) 자로 좌우를 왔다 갔다 거리면서 냄새를 맡고 다니는 반려견의 습성상 나 또한 좌우로 끌려다니기 일쑤. 큰길, 편한 길 놔두고 좁고 불편한 구석진 곳을 어찌 알고 찾아 들어가면 나 또한 그 장애물을 헤쳐가며 험난한 산책길을 이어가야만 한다.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가지 않으면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고 고집을 부리거나, 힘이 들 때는 안아달라고 멈추기도 한다. 12킬로가 넘게 나가는데 말이다...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모험적인 아침의 연속. 내 로망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산책시간. 물론 반려견마다 다양한 산책 방법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반려견들은 별이처럼 자유로운 모험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단순히 반려인의 산책 로망을 꿈꾸셨다면 부디 그 꿈을 접길 바란다. 그 꿈이 접히면 나름 꿈과 희망이 가득한 재미있는 어드벤처 나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