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디 갔지?

별소리일기 ep.31

by 슈나비


집 나간 햇바닥을 찾습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제가 그렇게 애교 섞인 말투를 가진 사람인지를... 아니, 실은 애교보다는 주접에 가까운... 하하하. 개그 프로에서 보면 일부러 애교 섞인 말투를 흉내 내 모두를 웃기는 것처럼 남 앞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말투입니다.

별이를 키우고부터입니다. 이런 들어본 적도 없는 말투를 사용하게 된 게... 한 번은 저도 제 모습이 우스워 한참을 웃은 적이 있습니다. '*현타'라고들 하죠. 왜 별이만 보면 그런 *숭한 말투가 나오는지...

진지하게 '왜 별이만 보면 그럴까' 하고 고민해본 결과 우선 너무 귀엽습니다. 너무 귀여운 걸 보면 심장이 아프다고 많이 표현하죠.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아픔을 견디기 위해 이를 꽉 깨물게 됩니다. 이를 깨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투가 가로로 꽉 눌린 듯한 소리로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면 "너 너무 귀엽잖아~ 누나는 별이가 너무 좋아"라는 말이 "느 느므 기읍즈느~ 누느는 벼으리그 느므 즈아"처럼요.

그렇게 이를 꽉 물고 말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그 말투에 별이가 쫑긋 더 반응을 보이면 그때부턴 마음껏 표출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오구오구, 아앙, 히잉, 흐응' 등 알 수 없는 소리도 내기 시작합니다. 귀여움에 허덕이다 못해 앓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이건 저만 느끼는 변화는 아니었나 봅니다. 저희 가족은 물론 심지어 개를 키우는 대부분의 반려인들이 반려견을 대할 때만큼은 그렇게 애교쟁이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밖에 산책을 하다 보면 말투로 반려인들을 가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반려견을 만났을 때 "오구 산책 나와쩌요~ 오구 이뽀라~" 등의 혀 짧은 말투로 인사를 건네는 분들은 대부분 반려인이기 때문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애교쟁이를 만드는 능력. 반려견이 가진 대단한 요술(?)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애교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신가요? 그럼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반려인을 만나십시오. 분명 어마어마한 애교를 장착하고 있을 것입니다. 단, 반려견 한정이거나 엄청난 주접으로 보일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현타:현실자각타임. 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을 표현하는 줄임말.

*숭한:흉하다. 흉한 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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