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시작은 미약한 거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정말 사소하기 그지없는 이유에서 시작했습니다.
2021년 4월, 제 생일 전날이었습니다. 남동생이 "누나, 선물 뭐 받고 싶어?"라고 질문을 하더라구요. 그 질문에 저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고요? 동생한테 생일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없었거든요. 생일엔 늘 멋쩍은 축하 한다 말 정도만 들었던 터라... 갑자기 선물을 준다는 말에 바로 답이 안 나올 수밖에요. 늘 어린것만 같던(실제로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만) 남동생이 취직을 하고 처음으로 선물을 사줄 모양이었습니다. 속으로는 좀 기특한 것 같기도 하고 막상 받으려니 이제 막 돈 벌기 시작한 동생이 노력해서 번 돈이라 마음이 쓰이더라구요. 그래서 받고 싶은 게 없다고 했더니 끈질기게도 물어보길래 "아 그럼 아이패드 사줘! 누나 영상편집 공부나 좀 하게"라고 질러버렸어요. 값비싼 아이패드를 어떻게 사주겠냐 싶어 그냥 던진 말이 었죠. 그러고는 사실 필요 없으니 그냥 저녁이나 맛있는 거 먹자고 둘러대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생일 당일 남동생이 진짜로 아이패드를 사왔더라구요. 어안이 벙벙해져서 받고도 한참을 "허참, 허..." 같은 소리만 내뱉었습니다. 정말로 아이패드를 사 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거든요. 감탄사를 끝으로 "어휴~ 이런 거 왜 사 왔어~" 하는 말과 함께 올라간 입꼬리는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좋고 행복했어요. 고마운 마음에 정말 깨알같이 한 기능도 놓치지 않고 사용하리라 남동생에게 큰소리쳤죠.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막상 받고 나니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안드로이드만 사용했던 저로써는 ios체계도 잘 모르겠고, 게임을 즐겨하지 않을뿐더러, 일적으로도 크게 사용할 일이 없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상만 보는 모니터로 밖에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남동생한테 귀하게 받은 아이패드인데 그냥 이대로 둘 수만은 없다!'를 외치며 유명한 어플리케이션들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해보기 시작했어요. 영상편집도 해보고, 일기도 써보고, 음악도 만들어보고... 그중 프로크리에이트라는 그림 어플로 장난 삼아 별이와 저를 그렸던 그림을 보더니 의외로 호평을 받는 거였어요. 그림 그릴 줄 몰랐던 제가 어플의 도움으로 손쉽게 그린 그림이 칭찬을 받으니 재미가 붙더라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그 칭찬을 더 받고 싶어서 그때부터 매일 하나씩 별이를 그려보기 시작했어요. 그릴 때마다 남동생에게 보내 아이패드를 잘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누가 봐도 초보 같은 미숙한 그림이었지만 지금은 꽤나 실력도 늘었고 매일매일 그리다 보니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게 될 정도로 이야기가 쌓였습니다.
남동생이 쏘아 올린 아이패드. 우연한 선물로 받아 시작한 그림이 이제는 저에게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시작하였으니 이젠 창대하게 꿈을 이룰 일만 남았네요. 이 자리를 빌려 새로운 꿈을 안겨준 남동생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마워. 네 누나라서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