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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Mar 17. 2022

내가 그림을 쉴 수 없는 이유

마감에 쫓기는 기분이 이런 건가?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한다는 건 참 존경받을 일인 것 같습니다. 

    남동생에게 아이패드를 받고 나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SNS에 그림을 업로드하다 보니 이야기도 제법 쌓여 이젠 제법 읽는 재미가 쏠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만은 아니더라구요.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 했던가요. 특히 세상 모든 것이 흥미롭고 즐거운 저에게는 유독 작심삼일이 많았습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취미 부자, 굳이 나쁘게 이야기하면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못하는 성향이라 해야 할까요? 다양한 취미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오래 꾸준히 하는 성향은 못된던 터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도 가족들이 '이번엔 얼마나 오래갈까? 한 일주일?'라며 묘한 비웃음의 의문을 품기도 했죠.

    괜히 오기가 생기기도 했고 기껏 통 큰 선물을 받아 그냥 썩히기 아깝기도 했기에 하루하루 그림을 그리고 당당하게 가족들에게 증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나면 항상 완성본을 보여주며 오늘 그린 그림을 확인시켜주고 내용이 어떠냐 의견을 묻기도 했죠. 특히 남동생에겐 거의 매일 메신저를 통해 그림을 보내고 의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쌓여가는 이야기와 그림실력에 남동생도 제법 즐기기 시작했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주고 그림 디테일을 봐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매일을 하다 보니... 하루정도 쉬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재가 떠오르지 않거나 유독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누구나 있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날도 괜히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마감을 재촉당하는 진짜 작가처럼 매일 알게 모르게 독촉을 받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남동생은 메신저로 그림을 보여달라 성화를 부릴 때가 많습니다. 애써 외면해보지만 결국 아이패드를 붙잡고 뭘 그릴지 고민하고 있더라구요. '아... 이틀에 한 번씩 올릴 걸...'라며 뒤늦은 후회를 해봅니다. 하하하.

    요즘은 하루에서 길게는 이틀 정도 휴식을 갖기도 합니다. 더 나은 이야기 퀄리티를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한 것 같더라구요. 늘 작심삼일의 삶을 살아오던 저에게 매일같이 그림 그리기란 힘든 일이지만 이런 저를 꾸준한 관심과 사랑으로 바라봐주는 가족 편집자 덕분에 제가 슈나비로써 더 많은 세상을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앞으로도 안일해지지 않고 꾸준하게 슈나비로 있을 수 있게 많은 당근과 채찍 부탁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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