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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Jun 25. 2022

애견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ep.03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


정말이지 세상엔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애견카페 일이 손님께 음료 하나 내어주기도 힘들 줄은 몰랐다.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 마치 피리 부는 소년처럼 나만 졸졸졸 따라다니는 녀석들 때문에 아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방은 위험한 도구들이 많아서 반려견 안전문으로 막혀있다. 그 안에서 주문받은 커피와 디저트들을 준비해서 손님께 드리려고 쟁반을 들고 나서면 안전문 앞에 우르르 몰려있는 녀석들... '아 이래서 이곳은 셀프서비스를 하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궁금함에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손님 발목을 잡았다가 큰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사장과 직원들이 책임지고 안전히 음료를 가져다 드리는 것이 더 나은 서비스겠구나 깨달았지만 나 또한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를 연신 외치면 발 아래쪽에 모든 신경을 쏟아 서빙을 나간다. 그냥 자연스럽게 걷는 것 초차 쉽지 않은 일이 있다니... 발 앞을 막아서는 녀석, 궁금해서 뛰는 녀석, 몸으로 팍 밀치는 녀석 등 다양한 스타일로 여기저기서 돌발상황을 만들어내니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거의 굳은 목석처럼 느릿느릿 손님께 가져다 드리면 웃으면서 손님들이 와서 받아주시기도 하고 고생한다며 한 마디씩 건네주기도 한다. 개를 키우는 분들이니 웬만하면 이 입장을 다 이해해주셨다. 감사할 틈도 없이 그 손님 곁에 우르르 몰리는 궁금증 가득한 장난꾸러기들 때문에 멋쩍은 웃음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내 자리로 돌아와 잠시 긴장을 내려놓는다. 어느새 내 주변엔 아무도 없고 손님 주변에 우글우글 몰려있는 녀석들을 보면 실소가 절로 나온다. 하하. 어쩜 저렇게 천연덕스러울까? 내 긴장을 저 녀석들은 알고는 있나? 뭘 바라...

    귀여운 일들만 가득할 것 같았던 애견카페 아르바이트.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다고 이곳 나름의 고충을 그대로 받는 아르바이트생의 애환을 뼈저리게 느끼며 긴장의 서빙을 계속 이어나간다. 이 귀여운 빌런들이 다치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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