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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Jun 23. 2022

애견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ep.02

돌돌이는 숙명


털이 많이 빠지는 견종을 키우는 분들께 리스펙을 보냅니다.


    애견카페에서의 일은 카페라는 글자에 현혹되어 바라봐서는 절대 안 된다. 커피를 내리거나 음료를 만드는 일은 극히 일부일 뿐, 대부분의 시간을 청소와 반려견들의 뒤처리이다. 그중에서 특히 많이 했던 청소를 하나 꼽자면 나는 두말 않고 돌돌이라 얘기할 것이다. 정식 명칭 테이프클리너, 속칭 돌돌이라 불리는 이것은 끈끈한 테이프에 각종 먼지나 머리카락, 이물질들을 붙여 떼어내는 것을 말하는데 애견카페에서 일하면서 이 돌돌이를 정말 손에서 놓은 적이 거의 없을 만큼 돌려댔다. 그 이유는 수시로 빠지는 반려견들의 털 때문이었다.

    나와 함께한 반려견 별이는 이중모에 속하는 슈나우저이지만 털 빠짐이 적은 편에 속한다. (털에 곱슬기가 있는 견종은 털이 덜 빠진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별이를 키우는 동안 털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없어서 그에 대한 문제는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다른 반려견의 털 빠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게... 정말... 말도 안 되게 빠진다. 수시로, 그것도 많이.

    보통 반려견에는 털갈이 시기가 있어 그때만 조심하고 관리해주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안다. 털갈이 시기에 유독 많이 빠지는 반려견이 있는 반면 일 년 내내 조금씩 계속 빠지는 반려견들도 많이 있는 것이 함정. 옷깃만 그들 몸에 스쳐도 내 옷 곳곳에 박혀있거나 묻어서 피부를 살짝살짝 찌르는 억센 털부터 하늘하늘 흩날리는 실크실 같이 가느다란 털까지...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당연하게 여겼지만 처음에는 얼마나 낯설고 힘들었는지... 그런 털을 그냥 방치하면 영업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기에 하루 종일 청소기와 돌돌이는 필수일 수밖에 없었다. 그저 하루 종일 돌돌돌돌돌돌...

    모든 아르바이트나 직장이 상상 속 낭만과 같을 수 있을까? 그저 아이들을 예뻐하며 커피를 내리는 상상으로 애견카페 일을 시작하려 하시는 분들은 부디 그 생각을 다시 해보라 추천하고 싶다. 물론 그 아이들이 사이좋게 뛰노는 모습은 이 모든 힘듦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행복한 가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 울트라 개바보인 나랑은 너무 잘 맞은 아르바이트였다.

    끝으로 세상에 모든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을 존경하지만 특히나 털에 관대한 모든 반려인들께 리스펙을 보내는 바이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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