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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한솔 Dec 15. 2023

감정쓰레기통=응급실?

대체 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지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

며칠 전 책상모서리에 찧어 눈꺼풀이 찢어진 32개월 환아가 한모와 함께 응급실을 내원했습니다.  걱정하는 환모에게 안심시키며 아래의 사실을 설명드렸습니다.

'눈꺼풀 봉합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안면부 봉합은 아이가 진정되지 않은 상태로는 날카로운 바늘에 의해 환아가 찔릴 수 있고 눈 쪽은 더더욱 위험하기에, 진정시키는 약물투여 후 봉합이 가능하합니다. 본원 응급실에는 해당 약이 구비되어 있지 않아 진정이 불가능하고, 환아의 안면 상처를 고려하여 성형외과를 통한 진료를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환아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진료에 포함되지만, 성형외과 혹은 상급병원으로 가시겠다고 하면, 제 권한으로 접수 취소해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여기서 간단한 x-ray 검사 및 소독을 원하면 부득이하게 진료비가 발생합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어머니는 x-ray 검사와 소독 처치를 원하여 해당 검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뼈에는 당장 큰 문제가 보이지 않았기에 검사결과를 설명, 소독 후 봉합부위를 원내 밴드로 붙인 뒤 귀가 시켰습니다.


응급실을 찾는 매우 흔한 케이스 중 한 명이었기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어색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민원 담당 부서의 선생님이 응급실을 찾아왔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환아의 아빠(당시 응급실에서 저를 마주한 적 없는 사람입니다. 응급실에는 엄마가 환아를 데리고 내원했습니다.)가 병원에 민원을 넣었고 민원에 대한 답변이 만족하지 못할 경우 보건소와 청와대신문고에 투서를 남기겠다는 것입니다.


민원 내용의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해당 응급실 의사가 아이의 상태에 대해 대충 설명했고, 애초에 본인이 못할 거면 다른 의료기관으로 안내하면 될 것을 장사꾼처럼  진료비를 받아먹었다. 또 다른 기관으로 보내어서 의사들 본인들끼리 돈 벌도록 유도했다고 게시했습니다.'


???


"이건 대체 무슨 얼토당토 한 소리이지요? 허허, 보건소든 청와대 신문고에 민원 넣으라고 하세요, 이왕이면 언론 제보도 하라고 하세요.. 선생님도 이런 일 하시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


하도 어이가 없어 찬물을 벌컥 마시며 씁쓸한 웃음을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인들이 만족 못하거나, 막연히 기분 나쁘면 아무렇게나 휘젓으며 우리를 '감정쓰레기통' 취급해 버리는구나. 우리는 그냥 이런 존재인거구나...'  


그리고 오늘 사진에 게시된 기사의 소송 내용을 마주합니다.

...


환자가 불의의 사고로 추락 사고를 당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를  죽음으로부터 건지기 위해 저승사자의 멱살을 부여잡고 환자를 수술대에 올렸던 선생님에게 '당신이 내 가족을 죽였어!'라며 아무렇지 않게 소송을 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야 웃으며 넘기면 되는 민원임인데도 반나절 꿀꿀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저 선생님은 최소 수개월, 최대 몇 년간 마음 고생하셨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런 무지한 소송을 감내하면서도 응급수술을 들어가는 선생님들은 슈바이처인가요? 아니면.. 어쩌면  바보일까요?


왜 우리가 그들의 감정쓰레기를 받아주는  쓰레기통이 되어야 하나요.


도무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정신과 전공하신 선생님들 너무 부럽습니다.


"모두가 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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