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보지 않을 이런 글은 2018년 이후로 다시는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새벽에 잠도 깨버린 만큼 뭐라도 정리는 해놓는 게 좋을 것 같아 컴퓨터를 켰다.
대한민국의 최대 이슈이지 않을까 싶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
정부, 여야 국회의원, 언론사, 국민 대부분 모두 의사 증원을 원하고 있고, 의사들만 이를 반대하고 있다.
밥그릇 싸움 아니야?
누구 말이 맞는지 본인 의견만 들어간 글들은 볼대로 본 지라, 다시 한번'팩트'를 언급하기 위해 글을 정리해 본다.
그들의 주장처럼 OECD 자료를 보기엔 인구 천명당 의사숫자는 실제로 적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한의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실제 의사(나는 한의사는 의사 계열로 지칭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명을 살릴 수 없는 직종이다.) 수는 더 부족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문헌을 보니 2.0명으로 지칭되고 있다.
과연 정말로 적을까? 정말로 의사가 적어 지방에 의사가 남아나지 않고 우리나라 국민들만 의료서비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가?전문의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비교하기 쉽게 이웃나라 일본 의대정원 추이부터 보자.
우리나라와 일본의 의료체계는 흡사한 면이 꽤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2018년 6월 '경제재정운영과 개혁 기본방침'을 발표하고 "향후 의대 정원 감축을 위해 의사 양성 방침을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2008년판 '기본방침'에서 "가능한 빠르게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한다"라고 한 지 10년 만에 국가의 기조를 바꾼 것이다.
2023년 청년의사 기사 중,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06542
그리고 그들은 의사 감축에 대한 논의가 나왔고 곧 현실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래 기사를 참고하자.
일본은 현재 대한민국 임상 의사수와 똑같은 (일본은 한의사가 없긴 하다.)데도 의사수를 감축하려고 한다고? 일본은 의사 수 감축을 고려하고 한국은 갑자기 의사수를 증원? 뭔가 아이러니하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우리나라만큼 의사수가 증가하는 나라도 없다.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2017년 OECD 자료
2021년 OECD 자료
하지만 절대 숫자면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통계상으론 아직 부족한 게 맞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한 수치로만 해석하면 굉장히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 의약분업 이후 국가와 의사협회 간의 약속 하에 의사수 증가는 동결하기로 하였다. 그런데도 의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당연하다. 분모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인구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2021년도 자료 https://www.bokj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916
이미 통계청 자료에는2020년도를 기점으로 대한민국 인구는 급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3년 1년간 채 20만 명도 되지 않을 출산율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의 급감은 지나가는 중학생도 예측할 수 있겠다.
22년도 인구분포 및 10년 후 예측 분포,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져 간다.
또한 결정적으로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 즉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아래와 같은 그림만큼 의사를 쉽게 만나는 나라도 드물다.
다른 나라에 비해 면적이 좁기에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의사수에 비해 대면진료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
하지만 단순히 인구 감소, 면적별 의사밀도만으로는 현재 처한 우리 사회의 촌극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의사에게 절대 빠질 수 없는 '기형적인 수가체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수가체계에 대해서는 길게 왈가왈부 설명하지 않겠다. 이젠 귀찮을 정도이다 보기 쉽게 자료만 보자.
임솔기자님이 이런 곳에 글을 쓰셨었구나, https://theworldview.co.kr/archives/15281
수가체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흔한 질병에 대한 검사 및 수술 수가를 가져왔다.
임솔기자님이 이런 곳에 글을 쓰셨었구나, https://theworldview.co.kr/archives/15281
2013년도 자료이기에 조금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10년간 크게 변한 건 없다. 수가체계가 엉망진창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표이기에 가져왔다.
이렇게 엉망인 상태에서도 의사들은 박리다매를 통해 그들의 수입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젠 돈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 바로 '의료소송'과 보호자 환자의 '갑질이다.
모든 의료 행위에 대한 책임 및 리스크 문제는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진료비가 워낙 싸기 때문에 발생한 대한민국 특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억하기 싫지만, 가장 이슈가 되었던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사건을 도저히 빼놓을 수 없다.
이 사건을 대전환점으로언론은 일부 몰지각, 부도덕한 의사들을 통해 수많은 의료이슈를 만들어 냈다. 내부자정이 부족했던 우리의 민낯이기도 함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하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러하지 않다. 엉망진창 의료시스템 속에서도 환자 살리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그 누구도 지킬 수 없는 자리를 우리는 지켜왔다. 하지만 이젠 이 자리를 지킬 명분이 없어지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사망 혹은 합병증에 대한 책임을 무고한 의료진으로 돌리기 시작하며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 구속 사건이었던 것이고...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전말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캡처에서 보듯 지난해 12월 최종적으로 의료진에게 무죄 판결이 났다. 기소를 남발한 검찰은 의료진의 '죄'를 최종적으로 입증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추론'에 근거 한 의료진에게 불리한 부분만 덮어씌우는 치명적인 우를 범했다.
바이탈과를 견딜 수 없는 이유는 계속된다. 아래 표를 확인하자.
한국의 의사들이 일본의 의사보다 239배 더 악독한가? 송치/기소율을 보면 기가 찰 정도이다. 생과 사의 경계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파렴치한'으로 몰고 그들을 절벽 아래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그들의 '본업'을 버티지 않기로 한 것이다. 바이탈 과목을 피하여 상대적으로 돈 벌기 쉬운 곳을 찾아갔다. '그래 돈이라도 벌자, 내가 왜 개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일본과의 비교가 잦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앞서 이야기 한대로 행위별 수가제를 대체로 도입하고 있다. 전국 단일 건강보험이라는 체제 하에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 반면 OECD 대부분 국가는 가격이 아닌 고용을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OECD 국가의 의사는 '절반 공무원' 형태이다. 공무원의 폐해는 우리 사회 모두가 경험하고 있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굳이 리스크를 안고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그 나라들은 정부가 의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여 그들의 월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속한 의사들은 굳이 많은 환자를 진료 볼 필요가 없다. '진료시간'을 비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예로 들더라도 유럽은 30분 진료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3분 진료하냐 하지만, 이 시스템의 근간을 철저히 배제하고 본인들에게 유리한 자료만 제시한다. 어차피 월급을 정해서 나라에서 주는데 뭐 하러 리스크 감수하며 대충 보고 입 아프게 많이 말하고 있겠는가. 이게 와닿지 않는다면, 해외에서 진료를 본 분들 중 '전문의 진료'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들의 경험담을 한번 들어보라.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그 어떠한 것도 의사에게 보증하지 않는다. 단지 책임만을 강조할 뿐이다. 본인의 자본을 들여 개업한 의사의 경영리스크를 책임지지 않는다. 잘 벌면 잘 번다고 삭감을 때리기는 한다지만, 못 벌면 '최소한'을 유지하게 도와주지 않는다. 심지어 의사의 근로시간도 국가가 제한하지 않고 예외로 두고 있다.잠을 자든 못 자든 너네 마음대로 근무하라는 것이다. (단 자다가 발생한 책임은 네 책임이라는 거..)
근로기준법 제59조 중 5. 보건업은 근로시간에 대한 예외가 적용된다.
앞서 언급한 수가가 엉망진창이고 정부의 소득에 대한 보장은 전무하기에 스스로 경쟁하여 '더 많은' 환자를 보아야만 그들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수가에 의한 의사의 돈벌이로만 이 문제는 좁혀질 수 없다.의료 수가가 싸기 때문에 대한민국 의료 전반에서는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 사람만 이렇게 많이들 아픈 건가?
아니다, 진료비가 너무 싸다. 너무 싸기 때문에, 조금만 아파도 의원을 찾고 대학병원을 찾고 응급실을 찾는다.
너무 싸기 때문에 병원에 더 있으려고 한다. 수지만 맞다면 그들을 빨리 퇴원시키지 않는다. 별것 아닌 교통사고에도 입원을 권유한다.
우리나라 환자들만 아픈 환자들인가? OECD 평균보다 입원일수가 두 배를 뛰어넘는다.
'아니, 너희가 잘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병실에 누워있는 것 아니야?'라고 반박한다면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의학적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가? 그 통계치도 객관화된 자료가 있다.
먼저 가장 단순한 수치인 인간의 기대수명을 보자
일본에 이어 OECD 2위이다.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나라이다. 한 나라의 의학 수준이 뒤떨어지면 오래 살 수가 없는 것은 상식이다. 나의 의견에 대해 반박해 보라. 이것만으론 부족한가? 그럼 또 있다.
영아 사망률, 1년 미만의 태어난 아이들이 사망하는 비율
압도적으로 OECD 평균에 비해 낮다. 물론 터키, 멕시코, 콜롬비아가 평균을 많이 잡아먹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클래스를 700원 진료비 내고 진료받으며 절대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수준이 김윤교수가 말한 것처럼 뒤떨어지는가? 자료는 얼마든지 또 있다.
오죽했으면 다른 나라에서 암치료받으려고 우리나라까지 건너오겠는가.
암 때문에 발생하는 사망률 또한 압도적으로 한국이 낮다. 통계를 원하면 계속 보여줄 수 있다. 또 있다.
이건 뭐.... 우리나라 내과 클래스가 이러하단 말이다.
아직도 부족한가? 이 정도면 이해를 아예 안 하려고 하는 수준인데...그래 또 보여줄 수 있다.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의 급성기 질환에 대해 얼마나 잘 대처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그래프 중 하나가 회피가능사망률이다. 회피가능사망률은 질병의 예방활동을 통해 막을 수 있는 사망(예방가능사망)과 시의적절한 치료서비스의 제공으로 막을 수 있는 사망 (치료가능사망)에 따른 사망률을 의미한다. 당연히 낮을수록 높은 의료의 질을 의미하겠다.
이 그래프보단 아래 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단 5년 만에 대한민국 의료는 회피사망률을 185명->147명으로 획기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OECD 평균과 비교해 보면 당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직도 부족한가?
(앗 미안하다 이건 실수다. 거지 같은 대한민국 아 아니다.)
참 좋은 나라, 대한민국
결과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였을 때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값싸게 비용을 부담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세상 어느 물건도 '값싸고 좋은 건 없다'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전 세계가 극찬할 만큼 '값싸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