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나라의 도시인구비율은 1985년을 기점으로 80%를 넘어섰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시골보단 도시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즉, 도시화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 정도가 우리나라는 지나칠 뿐이다. 아래 지도를 보자.
대한민국의 인구밀도, 밀집된 인구가 특정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아래 일본 지도와 비교하였을 때 인구분포의 편차가 확연히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국토의 여러 곳에 중소도시가 있으며 인구밀도는 대체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음을 확연히 비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일본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OECD 국가들은 인구밀도 대비 대도시에 더 많은 의사가 편중되어 있다. 인구가 많으면 환자도 그만큼 많고, 또 인간의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좋은 인프라 환경이 갖춰진 도시에서 의사들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딱 한 곳만 예외로 비도시 지역의 의사가 더 많은 나라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대체 일본은 어떤 이유 때문에 이렇게 시골에서도 인구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일까? 일본은 인구의 고령화와 지방소멸이 대표적인 곳으로 지칭되는 곳이지만, 일본은 각 지방에 튼튼한 중소기업들을 가지고 있다. 이 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하고 있고 따라서 그만큼 시골에 인구 수요가 있기 때문에 지방의 의료공급과 인프라를 받쳐줄 의료수요가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의 의사 밀도를 보자면 영토가 워낙 협소한 곳이라 전문의 진료가 이렇게 쉽게 되는 곳도 드물다. 일본만 의외의 도시와 시골의 의사밀도 역전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혹자는 일본의 지방의대의 특별전형, 지방 의무 근무제도로 인해 지역의료 인프라가 버티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본다. 의무 근무제도로 인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지역에 의사들이 분포할 수는 있겠으나,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난 뒤 의대장학금을 납부해 버리고 대도시로 떠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앞서 말했듯 지방의 인프라가 도시의 인프라와 아주 큰 차이도 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의사가 지방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OECD 통계자료에서 의사수가 4위인 리투아니아의 경우 시골과 도시의 의사밀도차를 보라. 의사가 많으면 도시보다 시골에도 의사가 많이 찬다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뇌피셜에 불과하다.
이와 별개로,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의사수는 통계적으로 부족할지 모르나 OECD 주요국의 의사접근도는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에 속한다.
2007년 기준 자료이니, 현재는 단위면적당 의사는 훨씬 늘어났을 것이다. 시골이니 의사를 못 만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사를 더 뽑자고 모두가 주장한다. 의사를 늘리면 도시와 지방간의 의사공급 편차를 줄일 수 있다면, 의사가 많은 나라들은 도시와 지방간의 의료공급량의 편차가 적어야겠다.
그런데 실제로 의사가 많은 지역에도 지방으로는 잘 가지 않는다. 즉 의료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늘어난 의사들이 지방으로 간다는 보장은 통계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는 것이다. 잘 모르겠다면 다시 위로 올라가 표를 보자!
항상 말은 그럴싸 하지만, 그럴싸한 말은 사기에 가깝다.
요새 이슈되고 있는 '낙수효과' , 대기업이 성장하면 대기업과 연관된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따라서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어 서민경제도 좋아진다'는 의미의 경제용어이다. 혹자들은 의사수를 늘리면 돈 많이 못 버는 과(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등)로 가거나, 혹은 그만큼 지방으로 의사인력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OECD 통계를 가져오는 이들의 주장은 실제 OECD 통계상 그 어떠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도시와 지방간 의사 공급에 큰 차이가 없고, 의사가 많다는 나라는 지방에 의사가 없다고 한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순을 입안자들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즉, 애초에 의료시스템의 설계와 사회제도가 엇나간 상황에서 단순히 통계자료 하나만으로는 이 모든 현상을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원을 늘리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훨씬 더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백날 말해줘도 정부와 국민들은 이해하려고들 하지 않는다.
의사도 사람이다. 마치 의사가 돈을 좇는 불한당처럼 언론에 회자되고 있지만, 실제로 의사는 단순히 돈만 좇지 않는다. 단순히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생활환경조건 혹은 의료행위를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이 지방에선 맞지 않아 의사들이 가지 않을 뿐이다.
며칠 전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지방의료를 경험하면서 도시의 의료보다 나은 점은 무엇이냐?'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산 좋고 물 좋은 것 빼고는 나을 게 없습니다.'라고 답했던 적이 있다. 지방에서 사는 게 도시의 그것보다 나을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지방의료가 열악하다는 모 데일리 언론지의 기사이다. 권역응급센터가 40개나 되는 나라에서 차량으로 1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을 구분으로 했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것인가. 권역응급센터를 뒷받침하려면 얼마나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고 그것을 운영할 재원은 어디서 충당된다는 것인가.경제성 효율성 깡그리 다 무시하고 시골마다 권역센터를 만들 셈인가? 집 앞에 모두 권역센터 만들어 달라는 것인가?
뉴스 중 분만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자꾸 분만 취약지라고 하지 말고, 그 지역의 출산율을 보자는 것이다.
강원도내 전체에서 7천 명밖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러면서 취약지역에 가서 하루 한 명도 낳지 않을 곳에서 산과 전문의가 365일 24시간 상시대기를 하라고? 웃기는 짬뽕이다.
몇 명 출산도 못 시킬 곳에서 그만큼의 수입 보전은 누가 해주는 것인가? 뒷짐 지고 기사만 써 내려가면, 의사들에게 명령조로 '가서 근무해!'라고 하면 입 닫고 근무해야 하는 그런 노예가 되어버린 것인가? 그리고 틈만 나면 벌이는 소송 릴레이에 어떻게 대응하라는 것인가?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는다. '연봉 30% 정도 더 올려줄 테니 가족들과 지방 내려가서 우리 회사 지부에서 한 10년간 근무하며 살아라. 이건 명령이야'라고 했을 때 당신은 지방 내려가서 살 텐가? 앞선 글에서 언급한 '인간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진 욕구를 대한민국 지방에선 채워줄 수가 없는 구조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모든 부문에서 지방은 낙후되고 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니 이러한 자극적인 기사가 무지성으로 쓰이는 것이다. 이 편차를 극복할 노력할 생각 조차 하지 않는 나라에서 무엇을 희망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의사들은 돈 많이 벌잖아!
"의사의 연평균 총소득이 국내 전체 노동자 평균보다 6.8배나 많다니!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잖아! 안 되겠어 의사 정원을 늘려야겠어!"라고 말한다.
시스템의 치명적인 오류와 그들에게 불리한 통계자료는 쏙 빼놓고 그저 '의사=돈무새'처럼 자극적인 보도만 쏟아내고 있다. 어느 언론사 캡처인지 보아라, 공영방송 KBS라는 훌륭한 곳이다!
그래프를 보아라, 언론은 전문의 개원의 대상 유독 '6.8배'만 강조하고 있다. 벨기에 독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5.8배 5.6배인데 그럼 거기도 의사수 더 늘려야 하나? 앞서 이야기했듯 그 나라들은 의사수가 엄청나게 많은 나라인데? (독일 4.5명, 벨기에 3.2명, 프랑스 3.2명)
전문의 개원의는 말 그대로 'Self employed'이다. 개업한 이들에게는 스스로가 고용주이기 때문에 고용과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들 자본의 파산리스크가 존재하기에 개원의가 월급을 더 많이 받느냐 적게 받느냐는 말 그대로 '본인의 역량'인 것이지 이들이 잘못되었다고 절대 주장할 수 없다. 다른 나라들도 개업한 전문의들은 일반 근로자 대비 충분히 연봉 수준이 높다.
오히려 보편적인 임금 수준을 나타내는 일반의의 왼쪽 그래프를 보면 '대한민국 의사'가 전 세계의 다른 의사들보다 근로자의 평균임금대비 더 많이 벌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다. 전형적인 통계왜곡을 모든 언론사가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맞추어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고난도의 일을 할수록 더 높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근로기준법에서도 특례로 적용시켜 평균 근로자들보다 갑절은 더 일하고 있는 주 80시간 일하는 전공의들은 왜 통계에서 제외시켰는가? 왜 군의관과 공보의로 3년간 의무복무를 시키며 그들에게는 최저임금만도 못한 대우를 하고 있지 않는가, 그들은 왜 또 통계에서 제외시킨 것인가? 본인들이 젊었을 시절 노력하지 않은 세월은 까맣게 잊은 채 본인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사람들의 연봉을 깎아내리려 교묘히 통계를 조작하는 이들이 더 극악무도한 자들 아닌가? 생명이 돈보다 소중하다고 외치던 그들은 본인 생명의 가치가 똥값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신들이 압도적으로 싸게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진 않냐 이 말이다!
이처럼 말이다!
정부는 항상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로 돌리고 있다. 사망한 환자도 의사 탓,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의사 탓, 지방에 내려가 환자 보지 않으려 않는 것도 의사 탓이라고 한다.
글쎄, 정부가 OECD 자료를 들먹일 양심은 있는지 모르겠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OECD 평균만큼 정부가 좀 내라. 왜 이런 자료는 언론은 언급하지 않는가. 제일 후진국처럼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대책'이 없다. 어떻게 늘려서 어떻게 배치할 것이며, 늘린 만큼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할 의료비용은 천정부지로 늘어날 것인데, 이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단 한 명도 이를 설명한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만큼 부담은 보이지 않게 '국민'들이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 총액계약제 같은 말도 안 되는 제도를 꺼내려나?)
멸망은 이미 시작되었다. 눈을 가리며 그들만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백날 정원을 늘려봐라. 시골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증가하는지, 바이탈 과에서 생명을 살리려는 의사가 늘어날 것인지, 도시에서 미용진료가 더 횡행할 것인지는 안 봐도 뻔한 시나리오이다.
상처가 곪아 터지기 직전일 때, 수액을 들이붓고 열난다고 해열제를 주는 것은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한다. 곪은 부위를 터뜨려 썩은 고름을 짜내고 제균하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진짜 올바른 치료이다. 고름을 짜낼 때에는 굉장히 상처 주변이 아프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적당한 치료와 함께 적절한 약을 사용하면 시간이 지났을 때에는 고름을 짜낸 부위가 아물어가고 새살이 돋아나며 상처가 치료된다.
신생 의대설립을 원하는 대학들, 진짜 쑈를 해라 쑈를....
바이탈과, 지방의료를 무너뜨린 정부가 책임 질 생각은 하지 않는다. 허접한 이류 삼류 대학들이 의대 정원을 확보하여 그들의 위상을 높이려 할 것이고, 기존 의과대학들은 등록금 장사에 열을 올릴 좋을 기회이기도 하다.
대학의 부속병원은 싸게 부려먹을 전공의만 생각하고 있고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는 총선, 지방선거에 온통 혈안이 되어 너도 나도 각자의 지역에 의대를 유치하겠다고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힘을 가진 자 들아, 헛소리는 그만하고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직시하고 제발 제대로 치료해 달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