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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즈 Feb 10. 2022

신념의 자리

[서스펙트(The Pledge)]

  영화는 영화배우로 알려진 손 펜 감독이 프리드릭 듀렌맷(Friedrich Durrenmatt)의 원작을 재현한 작품이다. 네바다 형사로 은퇴한 제리[잭 니콜슨(Jack Nicolson)]는 현재 허름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광활한 네바다주의 먼지가 때로는 사람들의 자취를 만들어내고 있는 공간이다.

     

  은퇴파티에 참석하고 있던 중, 잔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소녀의 사건 현장에 도착한 제리는 소녀의 소식을 부모에게 전하며 범인을 잡겠다는 약속한다. 얼마 후, 사건 용의자가 잡혀 자백을 받으려는 상황이 진행되지만, 연륜있는 제리의 입장에서 그는 자백을 담당하던 스탠[에런 액하트(Aaron Eckhart)]의 질문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용의자는 순식간에 옆에 있던 경찰의 총을 뻬앗아 스스로에게 방아쇠를 당긴다. 사건이 일단락되며, 제리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있다. 

    

  비행기표를 받아 출발을 기다리면서 제리는 TV로 사건뉴스를 보게 된다. 출발시간을 보는 제리의 시선은 비행을 시작하려 움직이는 비행기를 향해 있다. 제리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제리의 이전 동료들은 종결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것을 요청하는 제리를 불편해한다. 하지만, 제리는 허름한 주유소를 구입하여 운영하면서 계속 진실을 추적한다. 실마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난 의사 역시 제리가 은퇴한 상황만을 언급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제리는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며 단서들이 가리키는 의미를 알기 위해 퍼즐을 맞추어 내며 고슴도치 모양의 작은 인형이 중요한 단서임을 인식한다. 의사를 만나 소녀가 그린 그림의 의미를 알아내는 중 제리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전 엑스레이를 보고 있는 평범한 사람 같죠.”

     

  제리는 자주 방문하던 카페의 주인 로리의 도움으로 중고가구를 구입하면서 그녀와 그녀의 딸 크리시와도 교류하며 함께 가족처럼 생활하게 된다. 행복한 시간이 주는 향연에 취해 자칫 망각할 수도 있는 해결해야할 상황을 잡고 있는 제리의 모습은 초긴장 상태가 연속되는 삶의 순간과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제리가 주시하는 가운데, 크리시주변에 범인이 접근하자 제리는 이전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정의 덫을 놓는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범인을 기다리는 도중, 예상하지 못한 국면에 이른다. 범인은 나타나지 않고, 전 동료들은 제리가 은퇴하기 전 얼마나 멋진 형사였는지를 언급하며 모두 되돌아간다. 그런데, 그들이 만든 함정은 작동하고 있었다. 운전을 하고 오던 범인의 차량은 다시는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상황과 직면하면서 고슴도치 모양의 작은 인형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된다. 제리의 이전 동료들은 바로 이 현장을 지나치고 있던 것이다.

     

  현재시간에도 단지 ‘은퇴’라는 수식어만 앞에 언급될 뿐, 제리는 여전히 은퇴이전의 형사가 가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소녀의 부모에게 약속한 맹세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제리의 신념과 이전 동료들의 신념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제리는 주유소앞에 서서 다시 자신을 가다듬으며 따사로운 햇빛에 고개를 들고 미소짓다가 찡그리며 땅에 뒹굴고 있는 배너를 제자리에 놓는다. 여전히 주유소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념은 내면의 중심에 있다. 삶의 가치는 이를 지켜낼 수 있는 집념의 의지를 투영한다. 서로 다른 신념이 비껴가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념을 지킬 수 있는 내공을 기를 수 있다면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보람있는 일상의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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