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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즈 Feb 22. 2022

이견의 거리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영국소설가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을 1995년 BBC에서 제작하여 사이몬 랭턴이 감독한 작품이다. 19세기 영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입는 의복을 클로즈 업 하는 장면은 압도적으로 화려하지만 우아한 자수와 장식으로 아름다움을 탄생시킨다. 동시에 들려오는 경쾌한 피아노 연주와 적절하게 어울리며 당대 결혼을 바라보는 제도적 의미를 때로는 묵직하게 때로는 활발하게 건네게 될 거라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19세기 영국 롱본(Longbourn)지역에 베넷 부부, 다섯 자매를 포함한 베넷가족이 살고 있다. 베넷 부인은 딸들의 인생 동반자들을 찾아야 할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당시 사회적 제약으로 여자에게는 상속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으므로, 베넷 부인은 그러한 상황이 염려되어 딸들에게 빨리 배우자를 찾아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친구 빙리와 함께 다아시[Fitzwilliam Darcy, 콜린 퍼스 (Colin Firth)]는 베넷가의 무도회에 참석한다. 웃음을 짖지 않으며 다소 품위를 지키려는 태도를 유지한다. 빙리와 다아시, 제인과 엘리자베스[Elizabeth Bennet, 제니퍼 일리(Jennifer Ehle)]는 함께 교류를 나누면서 친목을 다지게 된다. 또한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빙리를 방문한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차에서 대화를 나누듯이,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거리를 유지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엘리자베스는 쾌활하고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줄 알며 애칭 리지로 불린다. 당찬의지와 기품을 가지며 삶의 길을 주도적으로 펼칠줄 아는 의지를 가진 여성이다. 결혼은 사랑이 전제되어야만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언니 제인이 “안락한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사랑없는 결혼을 할거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있고, 독립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며 당대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여성이다. 그녀는 무도회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다아시를 보며 호기심있는 표정을 짓는다.     


  런던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면서 조촐한 파티에 참석하면서 엘리자베스 일행과 인물들의 대화는 참석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들의 외모는 어떠한지에 대해 중점이 맞추어 진다. 직업 자체에 대한 인식이 되어 있지 않던 시기이며,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도 엘리자베스가 점진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오만은 엘리자베스에게 어울리는 단어일 듯 하다. 시대의 흐름에 동요하지 않고 자발적인 의지로 삶을 향해 돌진하는 태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편견은 다아시 편에 서 있을 것 같다. 엘리자베스가 오만하다고 생각하며 편견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작품에서는 오만과 편견이 각각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에게 연결된다. 지식있고 교육받은 다아시는 오만한 사람으로 대변되지만, 다른 한편 이중적인 잣대로 그가 대변되고 있기도 하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지식이 있어 잘 교육받은 사람이어서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견해를 표현한다. 이는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가진 편견이다. 그가 엘리자베스의 생각처럼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는 더욱 오만한 사람으로 대변되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이 갈등을 불러일으킬 때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인간적으로 성숙한 모습으로 개선해가며 온전한 인격체간의 결혼이 달성된다. 사회적 계층간의 갈등과 화합이라고 생각하기 보다 인간 내면에 대한 발전의 시점에서 볼 때, 온전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에 대해 독립적으로 자발적인 삶의 의지를 가지고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과 교류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오만의 가면을 벗고 편견을 마주보며 가장 정직한 감정의 실체를 대면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19세기의 시대적 시점안에만 머물러 있는 인물들이라기 보다 시대를 초월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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