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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즈 Feb 28. 2022

변신의 조건

[당신이 잠든 사이에(While You Were Sleeping)]

  영화는 존 터틀타웁이 감독했다. 루시[Lucy, 산드라 블록(Sandra Block)]는 시카고 철도국의 부스에서 근무하는 요금 징수원이다. 성실하게 일하며 언젠가는 여권에 도장을 찍을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루시는 매일 이곳에서 통근하는 수려한 외모를 가진 피터를 짝사랑하고 있다. 어느 크리마스에, 루시는 불량배들에 의해 플랫폼에서 철로로 밀린 피터를 가까스로 구해낸다. 병원까지 동반하게 되며 루시는 피터의 약혼녀로 알려진다.


  루시는 피터의 세계와 만난다. 피터의 병실에서 그의 이름도, 사업가라는 것도, 알게 되지만, 루시가 갈망하는, 무엇보다도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을 조우한다. 할아버지, 부모님, 동생들, 피터를 아끼는 사람들의 따스한 온기로 가득찬 병실에서 피터는 금방이라도 환하게 웃으며 깨어날것만 같다.


  어느날, 피터의 약혼녀가 아닌 것을 루시가 홀로 고백하는 것을 피터의 대부인 사울이 우연히 듣게 된다. 하지만, 현재상황으로 피터와 그의 가족간의 거리를 좁히고 가족간의 유대감을 돈독히 유지하게 하는데 루시가 일조하면서 그 비밀을 지킬수 있게 된다.


  루시는 피터 가족들의 크리스마스 가족 파티에 초대받는다. 이토록 다정하고 정겨운 가족간의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 분위기를 경험한 적이 없는 루시는 한편으로는 양심이 흔들리고 있지만, 이 가족의 환대를 뿌리치고 싶지 않다. 고민하는 루시에게 이유있는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이런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연출을 이 영화는 멋지게 그려낸다.


  본의 아니게 피터의 약혼녀로 연기하면서 루시는 진실한 새로운 감정에 직면한다. 피터의 날카로운 직관력이 발휘됨과 동시에 루시에 대한 감정은 예상치 않은 전개로 이어지지만, 그럴듯한 당위성마저 생각하게 한다. 루시가 보여주는 인간미와 삶에 대한 태도를 가진 사람을 어느 누가 뒤돌아 보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까? 피터의 동생 잭[Jack, 빌 풀만(Bill Pullman)]이 이 상황의 본질을 감지하고 루시와 미래를 그리는 것도 자연스로운 행보이다.


  루시가 근무하는 부스는 미래를 꿈꾸게 하는 공간이자 그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자신의 외로움을 슬기롭게 마주보며 극복하며 현실에 적응할 줄 알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킬 줄 알고, 인내심을 발휘하여 선택하고 스스로의 양심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당당히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도적으로 유머감각을 발휘하지 않는데도 스스로 승화했던 경험을 녹여내는 유머감각이나 솔직해져야 할 순간에는 솔직한 태도를 취하며 삶에 적응하는 인간의 모습을 구현해내는 것은 그녀의 바램이 이루어지는 정당성마저 부여해준다.


  새로운 시작이 알리는 긴장과 노곤해질 것 같은 어느 시간과 제법 잘 어울리며 마음을 따스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도시속 일상의 정겨운 시선들이 빛을 발현하는 공간에서 루시가 진정 자신이 될 때 그녀가 애써 변신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신이 행복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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