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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즈 Jan 19. 2023

따스한 햇살

[그린북(Green Book)]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는 크리스마스 파티라며 집에 모인 친지들의 환대에 따스한 온정이 넘치는 식탁에 앉아 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며, 크리스마스의 기분을 마음껏 즐기는 분위기지만 왠지 오늘은 함께 하지 못하는 표정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다양한 음식들 보다 토니의 여행담을 기다리는 듯 하다. 평상시 같으면 별로 의미없는 말로 생각했을 수도 있는 말이었을 텐데, 어떤 말을 듣자,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이전과는 다른 토니의 모습은 주위 분위기를 다르게 만든다.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는 항상 머무는 숙소인 호텔에 도착한다. 크리스마스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에 들떠 있을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오늘은 다르게 느껴진다. 점잖으며 신사다운 매너로 짐을 운반해준 직원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넨다. 투어 공연을 잘 완료하여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는 안도와 편안함을 기대하며 설레는 표정을 지을 것도 같은데, 오늘은 부족한 것 없는 공간에서 무언가 쓸쓸한 기운을 느끼며 가구들에게 낯선 시선을 건넨다.

     

두 달 전에, 돈은 면접자리에서 토니를 만나게 되었다. 돈은 미국 전체에서 콘서트 투어를 할 정도로 뛰어난 천재 피아니스트로 일컬어지며, 교양이 넘치는 우아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인물이다. 남부지역으로 콘서트 투어가 예정되어 있지만, 시대적 차별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한 개인비서이자, 운전기사의 역할을 담당할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이때, 토니는 면접을 보게 된다. 토니는 여러 일들을 경험하면서 돈과는 다소 다른 인생의 이야기들을 만나왔다.

     

토니는 자신의 집에 수리를 하려 방문했던 수리공들이 일을 마치고, 마신 음료수 컵을 휴지통에 바로 버릴 정도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들이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인해. 하지만, ‘흑인 운전자를 위한 그린북’을 건네 받은 이후, 돈의 콘서트 투어를 함께 하며, 토니는 돈이 만나는 세상의 벽을 유연하게 다루도록 도움을 주며, 돈의 시선을 통해 세상의 이면을 보게 되며, 편견의 표정을 차츰 거두어 들인다.

      

거침없지만 명료한 말투, 직선적인 태도, 과감한 행동, 거리낌없는 표현 등은 토니를 투박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면에서 느껴지는 진심어린 충고에 대한 의미와 이견은 돈에 대한 이해와 세상의 편견에 맞설 만큼 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다.

     

돈은 표면적으로 현실적인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는 시선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동일한 아프리카계 사람들에게서도 다른 편견의 시선을 머금게 되어, 이중으로 받는 차별에 대한 시선들로 인해 스스로 만들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위치에 대해 자신만의 성을 쌓은 채, 우아한 피아니스트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용기를 내어 토니의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함께 지내게 되며 돈과 토니가 이루어내는 우정은 그들의 삶에 스며든 강한 의지만큼 견고해 진다.

     

피터 패럴리가 감독한 영화는 고용주와 고용인 사이에 있던 공식적인 경계를 너머 토니와 돈이 어떻게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게 되는지, 친구가 되어 가는지를 통해서 메시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1960년대는 유색인종에게 인간다운 가치를 찾을 수 없게 한 시대였다. 이런 상황속에서 토니와 돈이 직면하는 여러 일들을 마주하며 콘서트 투어를 해내는 여정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이해의 근원과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한다.

     

토니가 운전하는 자동차에서 돈에게 처음으로 켄터키의 치킨을 맛보게 하며 치킨의 세계에 푸욱 빠져 들게 하는 토니의 시원스러운 제안은 서로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내는 시간에 중요한 유머를 주고 있다. 그래서, 이런 어색하지만 유쾌한 출발로 인해 그들은 서로의 울타리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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