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오브 오디너리 데이즈]
[매직 오브 오디너리 데이즈(The Magic of Ordinary Days)]
매직 오브 오디너리 데이즈(The Magic of Ordinary Days)는 앤 하워드 크릴(Ann Howard Creel)의 소설 <The Magic of Ordinary Days>을 원작으로, 브렌트 쉴즈(Brent Shields) 감독의 2005년 작품이다. 현시대의 빠른 변화로 일렁이는 바람과는 거리가 있어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며, 낭만의 풍미가 전해지는 작품이다.
리비(케리 러셀, Keri Russell)는 자연의 광활한 대지위에 서있는 차안에서 새로운 땅을 밟으며 내린다. 그녀가 신은 하이힐과 그녀의 도회적인 옷차림은 그녀가 머무를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리비는 그녀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들판에 있는 집을 바라보며, 자신이 머물게 될 집을 향해 레이(스키트 울리치, Skeet Ulrich)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발을 옮긴다. 레이는 리비에게 줄 반지를 마련하지도 않았고, 리비도 결혼식에 대해 어떠한 기대를 가지지는 않았다. 리비와 레이는 식탁에 마주않아 어색한 분위기를 당연한 듯 마주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한다. 리비는 전화할 수 있는 곳을 확인한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레이는 리비가 많은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들었다고 언급한다. 리비는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물어본다. 왜 자신이 이집에서 머무는 것을 허락했냐는 것을.
제2차 세계대전중인 시기, 리비는 고고학을 전공했다. 대학원과정에 있던 시기, 어느 장교를 알게 되며 사랑에 빠졌지만, 미혼모의 처지가 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아버지는 리비를 레이와 결혼하게 하며, 콜로라도 지역으로 그녀를 보내게 된 것이다. 리비는 사랑하는 연인의 사진을 목걸이 안에 넣어 가진채, 자신의 상황을 담담히 이해하면서 이겨내보려 한다. 리비와의 일상의 시간을 보내며, 레이는 점차 리비에게 끌리며, 다가가려 한다. 레이의 태도, 말씨, 행동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이 있든 그렇지 않든,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 그 자체를 보여준다.
리비는 여전히 과거의 사랑을 그리워한다. 콜로라도에 왔지만, 계속 머물 생각은 없었다. 자신에 대한 레이의 감정에 대해 리비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자신의 생각에 대해 확신이 없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아늑한 곳에 머물게 하게 될까? 레이의 굳건한, 흔들릴 것 같지 않은 마음이 리비의 마음에 차츰차츰 와 닿을 때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레이가 살고 있는 집과 그가 작업하는 곳이 위치한 콜로라도가 자아내는 한적한 분위기는 풍요로운 레이의 마음이 투영된 공간이다. 외부와 연락이 닿을 수 있는 전화기는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선뜻 공간을 내어 줄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이 빚어내는 대지의 평화와 일상이 펼쳐질 곳이다. 현대적인 시선에서는 빚어진 편리한 삶의 동선과 시설들이 부족할 수 있지만, 삶의 열정과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다시 구현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레이가 사는 집과 그가 일구는 농장에 자리잡고 있다.
리비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현명하게 연결할 줄 아는 인물이다. 레이는 아버지를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인물로 언급하지만, 과거의 시간이 주는 가치를 현재 측면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듯 하다. 이때, 레이에게 가족의 의미있는 가치와 이런 과거의 모습과 현재가 미래의 비전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리비이다. 지하실에 정돈되지 않은채 있었던 레이의 아버지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레이의 삶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만들려는 리비의 모습은 그녀가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를 정당하게 투영한다.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게 하며, 삶의 방향성을 구축하는 것의 중요한 큰 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이를 제시하는 인물이 리비라면, 그런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하도록 환경적 요소를 만들어주는 인물은 레이이다.
리비가 주변에서 만들어내는 일본계 소녀들과의 교류, 낯선 지역에서 당당하게 적응하며, 자신의 터전을 담백하게 일구어내며 자신의 삶을 다채롭게 펼쳐내는 모습은 일상적인 나날들이 만들어내는 시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바로 마법이라는 것을 전해준다.
영화의 제목은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부는 산들바람이 전해주는 가벼운 이야기 일 것 같다. 하지만, 레이와 리비의 만남과 이들이 일구어내는 일상의 모습은 그들의 이야기가, 역사가 새롭게 쓰여지고 있는 서사시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전해준다. 그래서, 잔잔한 바람이 일상의 시간을 마법의 시간으로 바꾸어 놓는 마이다스의 역할을 하며 우리의 마음에 매일의 일들이 빚어내는 강한 힘을 다시 채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