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성대 Mar 04. 2016

자기소개의 거울에서 찾는 나다움

나다움을 찾기 위해 다양한 관점을 필요로 하는 청춘들에게

나다움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난 대학교 다닐 때 어떻게 날 소개하고 다녔었지?'     


 답을 생각해 보니 학생회 임원을 할 때 빼고는 거의 'ㅇㅇ대학교 행정학과 권성대입니다.' 라고 떠든 게 대학생활 자기소개의 전부였던 것 같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소개 법은 아닐 꺼다. 이 소개 법은 그 동안 8년 넘게 대학생활을 하면서 들어왔던 다른 이들의 소개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방식이 다르다면 '권성대입니다.' 라고 이름만 짤막하게 말 하던가 '00살 권성대입니다.'라고 나이를 덧붙이는 정도일까?     


 내 자신 부터 시작해서 많은 대학생들이 누군가와 첫 인사를 하며 사용하는 이 소개 법. 그 내용을 가만히 곱씹어보니 마음 깊이 불편함이 몰려온다. 그 소개 안에는 나에 대한 성찰이 없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인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없었다. 나를 소개한다고 하면서 도대체 난 나의 무엇을 소개 하고 있었던 걸까? 나의 소개에는 나다움이 없었다. 나는 그 동안 나를 거대한 조직의 말단 개인처럼, 내가 소속된 위치를 GPS에 표시된 좌표 읊어내듯 소개하고 있었다. 나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한 끗도 보여줄 수 없었던 자기소개라니… 화가 났다.     


 난 나를 그렇게 소개하면서 내 스스로 나다움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잊게 만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계부품처럼 '어디에 소속된 누구다'라고만 설명해버리는 나에게 실망한 내 자신이 나다움을 찾을 생각이나 했었을까?      


 또 어쩌면 그런 소개를 하고 다니며 내 삶의 소중한 인연이 되었을 많은 사람들을 그냥 스쳐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무엇을 하려는 사람인지 내 소개에 전혀 들어있지 않은데, 도대체 누가! 그 잠깐의 소개시간 동안 내 가치와 의지와 모습을 알아주며 인간 '권성대'에게 관심을 가져줄 수 있었을까? 만약 내 자기 소개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느 대학교 졸업생, 그리고 취업준비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아등바등 삼포세대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한다고 굳게 믿으며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한 청년으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고 해 나가는 지금에야 '안녕하세요, 대전 청년과 청소년의 행복을 함께 만들어갑니다. 청년과 청소년의 진로탐색을 돕기 위한 커뮤니티형 경험학교 스쿨B를 만들고 있는 권성대입니다.'라고 나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생 때와 다르게 자기소개를 바꾸고 나니, 그리고 여기에 스쿨B의 캐치프라이즈가 얹힌 명함을 더하고 나니, 잠깐의 만남에도 권성대의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과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나타났고 그분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하찮아 보이는 소개 하나에도 내 곁을 오고가는 사람들과 소식들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고 나니 '자기소개' 네 글자의 무게가 참 무겁게 느껴진다.      


 나다움은 내 삶 속에서 찾아지는 것이다. 내 삶 속에서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을 넘어 누구와 무엇을 하고,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지내는가가 내가 누군지를 자연스레 설명해준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함께 살아가고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과 존재의 이유를 상당부분 찾기도 한다. 그래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또한 나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준다. 그런 관계 맺기의 시작이 '자기소개'라면 무겁지 않은 자기소개가 어디 있을까?     


 나는 대학을 졸업하는 즈음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하게 정했다. 그때부터 바뀐 자기소개로 나를 소개하고 다니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관련이 있으신 분들이 내게 다가와 소통을 하고 도움을 주고받고자 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내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배워 메꾸고, 새롭게 상상하고 그리는 것들을 그들과 나누며 내가 있어야 하는 곳, 내가 하고자 하는 것 들을 찾아 이루어가며 나다운 모습을 구체적으로 찾아 나갈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내가 무엇을 하려는 사람인지, 어떤 삶의 느낌을 지닌 사람들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나는 내 삶의 경험들이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실현 시키는 과정 속에서 자기소개가 바뀌었다. 자기소개가 나다움을 찾게 해주는 것인지, 나다움을 찾으면 자기소개가 바뀌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순서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다움이 드러난 자기소개는 나다움을 찾게 하는 신기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나다움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묻고 싶다, 바꾸고 싶지 않은가? 'ㅇㅇ대학교 ㅇㅇ학과 ㅇㅇㅇ 입니다.'로 끝나는, 수년간 애용했던 자기소개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