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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성대 May 08. 2016

#단편시, 여행

밝은 날 아침, 여행을 가는 이유

여행


어딘가로 떠나는 아침,

보이는 모든 것들 위에

이슬 같이 맺히고 빛나

나도 밝히고 너도 밝히며

하루의 절반만큼은

반드시 너와 함께 하리라 외쳐대는

햇살들의 마음이 있어


바람에 바람을 타고 넘어

말라버린 머리칼을 섞어내다

어깨에 내려앉아

손 마디, 끝끝을 타고 내려 휘감으며

아무 말 없이

밤새도록 까마득했던 발 치 앞을

조용히 비춰주고 있어


이토록 곧았던 길을 나는

왜 밤새도록 보지 못했었을까

곧 햇살은 다시 말라가고

다시 세상은 어두운 밤을 준비하겠지만

나는 지금의 모습을, 시간을, 외침을 기억해


덕분에 적어도 한걸음은 앞으로 디디며

바싹 말라버린 밤을 견딜 수 있겠지


그래서 밝은 날 아침, 나는 어디로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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