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을 만질 준비가 안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선생님 연봉이 얼마예요?'
'얼마 벌어요?'
그래, 얼마 버는 게 중요하긴 해. 그래서 나에게 그걸 물어보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그런데 도대체 학생들이 얼마를 필요로 해서 벌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어. 모르겠다기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가 살아가는데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안 해. 막연히 많이 벌고 싶어 하지. 그 '많다'의 끝은 대체로 백억 단 위에서 끝나. 이걸 도식화하면 대개 이렇지.
그건 사람마다 다르지. 돈을 목적성 있게, 다시 나에게로 잘 돌아올 수 있게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면 괜찮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큰돈을 손에 넣으면 삶이 돈에 휘둘리게 돼.
로또 맞았다가 망한 사람들 보면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어.
갑자기 큰돈이 생겼는데 어디다 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거야. 아! 딱 잡히는 게 몇 개 있지. 남들 다 사는데 나만 못 샀다고 생각했던 거나 지금까지 호기심이 있었지만 돈이 없어서 못해봤었는데 돈 있으니 해보자 하는 거.
그런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큰돈이 생기고 나면 그 규모에 맞춰서 사고 싶은 것들이 엄청 많이, 그것도 수준이 상당한 것들로 눈에 들어오지. 명품이든 차든 집이든.
그런데 있지, 명품 차 하나 사면 끝날 것 같지만 유지하는데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 큰 집도 그만큼 관리비가 많이 들어가고. 람보르기니 같은 차들 한번 타면 기름도 두세배 비싼 거 넣어야 하고 부품 하나를 갈아도 금액이 일반차와는 비교 불가지. 기름도 많이 나가고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집도 관리비가 60~70만 원인 데다 방이 많으면 많을수록 에어컨이든 가구든 더 많이 들어가게 되지. 감당할 수 있겠어?
그리고 처음 돈이 생기면 술도 마시고 원하는 것도 먹고 하면서 평상시 못 누리던 자극적이고 편한 행복들을 누리려고 하는데 인간은 금방 무언가에 질리게 설계되어 있어. 기존에 행복했던 게 익숙해지면 평범해지고 재미없어져. 그럼 더 큰 재미를 찾으려고 하겠지. 그런데 그런 재미를 가치에서 찾지 못하고 돈에서 찾게 되니까 더 큰돈이 들어가게 돼. 처음엔 5~6만 원 술값으로 시작했겠지만 100만 원이 넘어가는 술자리가 성에 안차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감당 가능하겠어?
이런 문제들이 쌓이다가 폭발하지. 돈을 쓰는 건 시간이 갈수록 더 규모가 커지게 되는데 그만큼 돈을 못 버는 거야. 돈이 없었다가 생겼다는 건 돈을 많이 못 벌고 있었다는 거거든. 쓰는 건 많은데 버는 게 없으면 돈은 금방 없어지고, 많은 돈을 노린 사기꾼 한데 한번 걸리면 돈은 또 금방금방 없어지지.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대출이나 불법에 손을 대면서 인생이 망가지기 시작해.
그리고 처음부터 돈이 많았던 사람, 자수성가형이 아니라 상속자형의 사람들이 돈 맛에 취한 경우도 위험해. 사람은 살아가면서 늘 다양한 문제를 맞이하고 그걸 풀어나가면서 살아가. 그런데 돈 맛에 잔뜩 취한 사람들은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실제로 해결도 되고. 그런데 돈은 또 없어질 때가 있다니까? 돈이 없어지게 되면 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자가 돼. 그러니 돈이 있어도 그 공포감에 더욱 돈에 집착하게 되고 지키려고 하고. 그러다 사람도 잃고 스스로도 갉아먹고.
궁금하지 않아? 지금 당장 500만 원을 일주일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시간 5분 줄게. 세세하게 항목도 적고 구체적으로 그 항목에 얼마 쓸 것인지도 써봐. 쉬운 사람도 있고 어려운 사람도 있어.
자 첫 번째, 이 항목을 작성할 때 어렵다고 느껴지거나 돈을 다 쓰지 못한 사람들은 아직 500만 원도 쓸 준비가 안되어 있는 사람이야. 돈을 어디에 쓸지 기준도, 얼마를 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현실 감각도 없는 상태라서 돈을 줘도 잘 못쓰지.
두 번째, 내가 쓴 돈들이 내 진로직업이나 덕질, 취미나 관심사에 얼마만큼 투자되는지 보자. 앞서 말한 진로직업, 덕질, 취미나 관심사에 투자된 금액은 지금 당장이든 먼 미래든 나에게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게 '투자'된 금액인 거야. 컴퓨터를 사도 그냥 게임을 즐기려는 용도로 구매한 것과 영상 공부 및 편집을 하기 위해 구매한 용도 사이에는 바로 이 차이가 존재하지. 게임을 위해서 산 컴퓨터는 전기세뿐만 아니라 게임 현질에 쓴 돈, 소중한 내 시간까지도 허공에 날릴 가능성이 높지만, 영상 편집과 공부를 위해 구매한 컴퓨터는 나중에 내가 영상편집을 잘 하게 되면 수백 수천만 원의 수익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겠지. 돈을 쓸 계획이 쉬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돈을 쓰는 항목이 나에게 어떤 영향으로 돌아올지 알고 쓰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가 느껴져?
첫 번째, 당연히 돈을 잘 벌고 다루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배워야지. 돈을 잘 벌고 건강하게 쓰는 사람들이 쓴 책이나 동영상에서 한 이야기들을 봐. 나는 최근에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가진 돈의 관점이 정말 마음에 들어.
돈은 '신뢰'라고 하더라고. 고객이 내게 맡긴 신뢰. 그럼 고객의 신뢰를 받아 든 나는 그걸 명품백 만드는데 써버릴까? 아니. 더 좋은 물건, 고객이 더욱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연구하고 만들어서 돌려줄 거야. 그럼 고객들은 나에게 계속 신뢰를 보내주고 더 많은 고객들을 연결시켜 주겠지. 이렇게 돈에 대한 좋은 관점들을 공부하는 건 돈을 잘 쓸 수 있게 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돼. 워런 버핏과의 점심에 왜 사람들이 40억이란 돈을 투자하는지 잘 생각해봐.
두 번째, 돈을 써봐야지. 돈 쓰는 걸 책으로만 배우면 춤을 책으로 배우는 것과 무슨 차이일까? 뻔하지 뭐. 그래서 직접 돈을 써보면서 감을 익히는 게 중요한데 일단 다양한 방식으로 소액의 돈을 써보면서 실험하는 게 필요하고 점차 점차 어디에 내가 쓸 돈을 집중해서 쓸 것인지를 알아야겠지. 이후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점차 키워가면서 관련된 주제에 더 큰 목표를 찾아나가고 그에 맞는 항목에 금액을 투자하는 연습을 해봐야 해. 처음에는 몇십만 원이겠지만 경험이 쌓이면 몇백, 몇천, 몇억까지도 머릿속에서 설계해서 쓸 수 있는 힘이 길러져. 그러면 돈이 주어졌을 때 잡다한 욕심에 흔들리지 않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착실히 만들어나가는 큰 힘이 되어줄 거야.
그리고 하나 더 이야기를 보태자면 아이들에게
얘들아. 전문직은 돈 많이 벌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의사는 아픈 사람 고치려고, 변호사는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게 사람들을 변호해주려고 만들어진 거야. 전문직은 평범한 사람들이 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을 때 사명감을 가지고 자신이 키운 특별한 재능으로 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직업들이란다. 돈 벌려고 전문직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돈과 가치를 두고 고민하게 되는 순간에 도덕적 해이가 자주 일어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 돈 많이 벌려고 전문직 하겠다는 생각은 뒤로 미루자. 돈은 따라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