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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성대 May 21. 2017

변명. 내가 진로조언을 진취적이거나 날카롭게 하는 이유

보듬어주는 것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사이의 갈등

 기본적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들은 하나의 문제점과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


엄청나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과 욕망이 섞여서 다양한 문제들이 튀어나오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핵심 문제점들을 찾아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대전 대흥동 원도심 재생 문제를 두고도 주민들, 놀러 오는 사람들, 예술가들, 부동산 주인들, 상인들, 연구원들,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해관계를 원도심을 중심으로 두고 있고, 여기서 일어나는 문제들과 문제점은 셀 수 없이 많지. 이런 상황에서 기막힌 묘수 하나만 딱 만들어서 실행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물론 상황을 확 바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방법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만 잘 해서는 힘들지.

 하나의 해결책을 잘 실행하고 그게 더 큰 효과로 이어 줄 수 있게 다른 해결책들도 함께 보조를 맞춰서 진행이 되어야 하는 거야.




 진로문제도 그래. '당신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사람에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


'이미 무기력해져서 희망을 잃은 사람에게 계속 무언가를 하라는 것은 고문이에요'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에요'

맞아. 이미 의욕을 상실하고 희망조차 꿈꾸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아픔에 공감해주고 그 아픔을 치유해주는 게 먼저야. 그런데 그다음은? 

치유만 하고 스스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진취적인 힘을 나누어주지 않으면 다시 또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돌아올 건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 마음이 지치고 다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말과 공감이에요!'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 


'치유만 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우라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다시 아파질 건데?'

'그건 잠시 아픔을 잊게 해주는 거지 아픔에서 해방되게 하는 건 아니에요'

맞아. 치유만 하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원하는 삶을 살아갈 힘을 배울 수 있게 자극하지 않으면 상황은 원상태로 돌아올 거야. 

그런데 다친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하고 또다시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면서 고통에 절망하고 무능력감에 좌절하게 하는 건 더욱 상황을 악화시킬게 뻔한데?



 나는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 고민과 이것에 대한 해결방안 실행이 함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희들은 왜 내가 진취적이거나 날카로운 말로 '넌 할 수 있어'를 외치는 쪽을 선택했는지 알아? 


그건 바로 이 사회에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사람들이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내 삶의 경험과 배움, 능력은 '할 수 있어'의 힘을 외치는데 더 특화되어있기 때문이지.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치유해주는 교육자분들, 심리상담가분들이 있기에 나는 걱정을 잠시 접고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 마음이 다친 친구들을 만나면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이 친구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지 먼저 살펴. 그리고 내 역할이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필요한 역할을 해줄 사람들을 찾아주지. 


 어찌 되었든 이런 이유로 내 말을 들을 땐 좀 독하고 날카롭게 느껴질 거야. 그래서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 난 무작정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라고 채찍질하는 냉혈한은 아니야...

그럼 변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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