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시

by 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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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_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학창 시절에 참 많은 시를 만나기도 했지만 유독 윤동주 님의 '서시'는 기억 속에 남는 작품이다.

'한 점 부끄럼'이 나에겐 이미 광활한 한 점으로 새겨졌기에 이 시를 떠올리면 마음속 한 편이 뭔가 쿡쿡 찔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희망은 때론 그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기만 하곤 한다. 이상을 품지만 그저 그렇게 품을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가야 하는 길 위에서 그의 시는 더욱 짙게 스며들어 오는 듯하다. 그러므로 깨닫게 되는 것이 비로소 밝게 타올라 잠시 별처럼 빛나는가 보다. 마치 성냥팔이 소녀가 꽁꽁 언 작은 손으로 힘겹게 피웠던 성냥개비들처럼...


정말 시큰둥하게도 가을은 자신의 길 끝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중인가 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손에 잡히는 외투의 두께가 점점 얇게 느껴지는 걸 보니.

올해는 유독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게 된다. 어느 순간 집에 사는 사람이 되어 늘 떠나질 못하고 어딘가에 메여 늘 자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를 그렇게 메어 놓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스스로 눈을 가리고 팔을 묶고 그 정체됨에 좌절감을 느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과 싸운다는 마음의 원동력으로 세상을 겨우 살아간다고 여겼는가 보다. 하지만 그건 눈을 뜬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신을 신고 문 밖을 나서면 그걸로 되는 일이었다. 5분이든 10분이든 그 시간들엔 분명 자유는 자리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미를 빛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늘 그 사람들에게서 배울 점만을 찾아보았는데, 사실 그것은 나의 흠찾기 밖에 되지 않았다. '부끄러운 한 점'은 내게 그저 오점만을 남길뿐이었다. 만약에 계속해서 그러한 것만을 원하여 그들에게 다가선다면 그들 역시 결코 그 자신들을 깊이 공감받는 순간들이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시를 알았지만 이제야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번엔 저 시를 내 입장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책에서 본 텍스트와 그에 따른 부연설명이 아닌... 처음으로 새롭게 읽은 시처럼...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나'라는 국경에서 저 시는 새롭게 쓰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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