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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01. 2019

흔들침대, 숙면과 기억력에 도움

과학에세이 299

아기가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칭얼거리면 결국은 아이를 품에 안고 좌우로 흔들며 잠을 재운다. 아이 키우는 사람들은 다들 경험했겠지만 효과가 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른들도 몸이 일정한 주기로 흔들리면 잠이 쉽게 들까?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는 오늘날 이런 질문이 황당한 것만은 아니다.

스위스의 연구자들은 피험자 18명을 대상으로 흔들침대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먼저 고정된 침대에서 하룻밤을 자며 예비 조사를 한 뒤(왼쪽), 고정된 침대에서 잘 때 수면 구조와 뇌파를 조사하고 수면 전후 기억력 테스트를 했다(가운데). 며칠 간격으로 흔들침대에서 잘 때 수면 구조와 뇌파를 조사하고 수면 전후 기억력 테스트를 했다(오른쪽). 고정된 침대 실험과 흔들침대 실험의 순서는 임의로 정해진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비렘수면 구조 바뀌어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1월 25일자 온라인판에는 좌우로 흔들리는 침대에서 잘 때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별로 차이가 없지만 대신 숙면을 취하고 덤으로 기억력까지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로잔대 등 스위스의 공동연구자들은 진동수 0.25헤르츠(Hz), 즉 4초 주기로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는 침대를 만들어 사람들이 잠을 잘 때 수면의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같은 사람이 고정된, 즉 평범한 침대에서 잤을 때에 비해 비렘(NREM)수면에서 3단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22.4%에서 27.4%로 꽤 늘어났다. 반면 1단계와 2단계를 합치면 그만큼 줄었다. 비렘수면은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와 2단계는 얕은 수면, 3단계는 깊은 수면이다. 한편 꿈꾸는 잠이라는 렘(REM)수면의 시간은 변화가 없었다.
     
뇌파를 분석한 결과 비램수면 3단계에 나타나는 서파(slow oscillation)가 18% 늘었다. 이는 3단계 시간이 늘어난(22%)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서파의 밀도(출현 빈도)가 늘어난 건 아니라는 말이다.

좌우로 흔들리는 침대에서 잘 때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별로 차이가 없지만 대신 숙면을 취하고 덤으로 기억력까지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Pixabay


한편 비렘수면 3단계에서 수면방추 횟수도 30% 정도 늘어났다. 수면방추(sleep spindle)는 일시적으로 강한 뇌파가 다발처럼 나타나는 현상으로 뇌를 외부의 자극과 차단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방추 발생이 줄어든다.

     
한편 수면방추와 서파 빈도는 수면을 통한 기억력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즉 두 뇌파가 많이 발생할수록 자고 났을 때 전날 학습한 내용이 더 많이 장기기억으로 형성된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단어짝-연상학습과제’로 기억력을 테스트했다. 즉 ‘독감’과 ‘홍역’ 단어짝을 보여주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독감’을 제시했을 때 ‘홍역’을 기억해 내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 결과 고정된 침대에서 잤을 때에 비해 흔들침대에서 잤을 때 전날 배운 단어짝을 더 많이 더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렇다면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게 어떻게 숙면 및 기억력 향상으로 이어질까. 연구자들은 침대의 흔들림이 수면방추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게 작용해 깊은 잠인 비렘수면 3단계 시간을 늘린다고 추정했다.


생쥐 역시 몸이 일정한 진동수(1Hz)로 흔들릴 때 더 깊이 잠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정기관이 고장 난 돌연변이 생쥐에서는 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이 과정에 전정기관이 관여함을 시사하고 있다. ⓒ 커런트 바이올로지 


생쥐용 침대는 네 배 빨리 흔들려야

   
우리 몸은 전정기관을 통해 속도의 변화를 감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정기관은 내이(內耳)를 이루는 한 부분으로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따라서 침대의 흔들림도 전정계를 통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을 대상으로는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생쥐로 관심을 돌렸다.
     
본 실험에 앞서 연구자들은 생쥐도 몸이 흔들릴 때 숙면을 취하는지 먼저 확인했다. 흔들림의 최적 진동수를 찾은 결과 1Hz로 사람보다 네 배나 빨랐다. 이는 호흡수나 심박수 등 생쥐의 다른 주기적인 신체활동도 사람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감안하면 수긍이 된다. 아무튼 1Hz로 흔들리는 침대에서 생쥐는 깊이 잠들었고 뇌파 패턴도 사람과 비슷하게 나왔다.

전정기관(Vestibular)은 내이(內耳)를 이루는 한 부분으로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 위키피디아


다음으로 유전적 결함으로 전정기관이 고장 난 돌연변이 생쥐 틸티드(tilted)를 대상으로 흔들침대의 효과를 봤다. 만일 전정기관을 통해 흔들림 신호가 전달된다면 틸티드 생쥐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고정된 침대와 차이가 없었다. 즉 사람에서도 전정기관을 통해 침대의 흔들림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최근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면서 ‘수면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이번 연구를 보면서 머지않아 흔들침대가 구비된 ‘수면카페’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9d%94%eb%93%a4%ec%b9%a8%eb%8c%80-%ec%88%99%eb%a9%b4%ea%b3%bc-%ea%b8%b0%ec%96%b5%eb%a0%a5%ec%97%90-%eb%8f%84%ec%9b%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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