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이용한 자기인지 테스트 통과
물고기는 자기 자신을 인지할 수 있을까? 동물이 자기 자신을 인지하는지 아닌지를 실험하는 대표적인 것이 미러 테스트(mirror test)이다.
동물의 몸에 붉은 점을 찍어 놓은 뒤, 동물이 자기 모습을 거울로 보게 한다. 이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따라 동물의 자기 인지 능력을 따지는 것이다.
몇몇 동물들은 미러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물고기는 어떨까? 청소놀래기(cleaner wrasse)를 대상으로 미러 테스트를 벌인 과학자들은 청소놀래기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응을 했으며, 자기 몸에 찍은 점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물고기 역시 지금까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가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사람과는 아주 다른 동물의 지능을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7일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막스 프랑크 조류학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Ornithology)와 오사카시립대학교(Osaka City University)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물고기도 미러 테스트의 모든 과정을 통과한 것으로 보이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는 청소 놀래기 ⓒ Alex Jordan
청소놀래기는 이름에서 보듯이 다른 물고기에게 붙어있는 기생충을 청소해주는 행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청소놀래기에게 색깔있는 점을 찍었다. 이 점은 오직 거울에 비쳐야만 물고기 자신이 볼 수 있는 그런 지점에 찍어둔다. 연구원들은 청소놀래기는 수족관 안에 넣고, 거울은 유리 수족관 바깥에 배치했다.
이 실험에서 ‘패스’를 받으려면 실험대상이 된 동물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그 점을 건드리거나 그 점을 조사해야 한다.
청소놀래기, 붉은 점 지우려 시도
영장류나 포유류 같은 경우와 물고기의 경우는 이 테스트가 매우 다르다. 왜냐하면 물고기는 팔이나 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물고기는 이 점에 어떻게 반응을 할까?
놀랍게도 청소놀래기는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몸에 낯선 점이 찍힌 것을 제거하기 위해 자기의 몸을 딱딱한 표면에 긁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관찰됐다.
물고기는 팔이나 다리가 없기 때문에 영장류나 포유류 같은 경우와 자기인지 테스트가 매우 다르다. ⓒ Pixabay
투명한 점을 찍으면 청소 놀래기는 거울에 비쳐도 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청소놀래기는 또한 거울이 없어서 자기 몸에 찍힌 점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도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분명히 물고기가 자기 몸에 찍힌 낯선 점을 보고는 반응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점 표시를 하지 않은 물고기는 표시를 한 물고기와 같이 있을 때 거울에 비치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는 표시 하지 않은 물고기는 점 표시한 물고기가 거울에 비쳐도 그 점이 자기 몸에 찍힌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은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과연 미러 테스트를 ‘패스’(pass)했다는 표시가 물고기가 자기 인지 기능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일까?
자기 인지 기능은 과연 지금까지 알려진 것 처럼 유인원이나 일부 동물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혹은 미러 테스트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 아주 다른 인지과정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연구의 시니어 저자인 알렉스 조던(Alex Jordan) 박사는 “입장에 따라 물고기의 행동이 시험 통과를 충족시킨다는 해석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 주는 행동이 테스트를 통과한 다른 종의 행동과 기능적으로 유사하다면 어떤 객관적인 기준으로 이를 수행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몸에 붉은 점이 찍힌 것을 본 물고기는 딱딱한 물체에 몸을 부벼 점을 지우려 한다. ⓒ Alex Jordan
플로스 바이올로지 저널 편집자들도 논란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에모리 대학교의 대표적인 영장류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 (Frans de Waal)교수에게 해석을 의뢰했다.
자기 인지 기능, 다층 구조로 발휘될까
포유류 동물의 자기 인지 기능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프란스 드 발 교수는 “물고기가 자기 인지기능을 가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보다, 이번 실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드 발 교수는 동물의 자기 인지 기능에 대해서는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만약 자기인지 기능이 한 번에 나타나기 보다는 한 층 위에 다른 층이 켜켜이 쌓이는 양파와 같은 방식으로 발달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러 테스트를 리트머스 시험처럼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드 발 교수는 “더 풍부한 이론을 바탕으로 삼아, 다앙한 수준의 자기 인지 기증을 밝히면 정확히 물고기의 자기 인지기능이 어디에 위치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울을 이용한 자기인지’ (MSR mirror self-recognition) 시험은 고든 갤럽주니어(Gordon Gallup Jr)가 1970년에 개발한 방법이다. ⓒ Pixabay
‘거울을 이용한 자기인지’ (MSR mirror self-recognition) 시험은 고든 갤럽주니어(Gordon Gallup Jr)가 1970년에 개발한 방법이다.
동물의 얼굴에 냄새나지 않는 붉은 점을 찍어서, 그 동물이 자기 몸에 있는 점을 인식하는지를 관찰한다. 자기인지 능력이 있으면 동물은 점이 더 잘 보이도록 몸을 돌리거나, 거울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몸에 있는 점을 쿡 찌르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한다.
이 미러 테스트를 통과한 동물은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돌고래, 코끼리, 인간 그리고 비둘기 등이다. 고릴라는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지만, 코코(koko)고릴라만 이 시험을 통과했다.
인간의 경우 18개월 된 어린이는 약 65%가 미러 테스트를 통과한다.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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