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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11. 2019

보행자와 소통하는 자동차

보행자 커뮤니케이션으로 위화감 줄여

지난 1월 현대모비스는 국제전자박람회 (CES)에서 엠비전 (M.Vision)이라는 컨셉트 카를 선보였다.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ES 2019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360도 완벽 인식 기술 등을 선보이면서 자동차의 미래 모습을 완벽히 제시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보행자와 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이었다.
     
커뮤니케이션 라이팅은 엠비전의 전후좌우에 부착된 램프를 통해 차량의 상태를 글씨나 아이콘으로 표시케 하는 기술이다. 이는 보행자와 소통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엠비전은 차량 헤드램프에 ‘디지털 마이크로 거울 기기 (DMD, Digital Micro-Mirror Device)’를 부착하고 있는데, 해당 기기는 40만 개에 달하는 미세한 거울로 헤드램프 불빛을 조정해 노면에 특정 신호를 구현할 수 있게 한다.
     
가령, 엠비전이 보행자를 인식하면 노면에 빛을 비춰 횡당보도의 모습을 구현해준다. 물웅덩이가 있으면 보행자가 이를 피하도록 화살표로 표시해주기도 한다. 보행자의 배려가 물씬 풍기는 기술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굳이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까지 고려해 해당 기술을 구현한 것일까? 어떤 효용성이 있는 것일까?

현대모비스는 CES 2019에서 자동차와 보행자와 소통을 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라이팅’ 기술을 선보였다. ⓒ Pixabay


보행자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자율주행차    

   
해당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차의 신뢰 부분을 먼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BCG)는 2016년에  5635명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인식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58%가 자율주행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19%는 중립을 유지했고, 23%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론 자율주행차 선호도는 국가마다 다르다. 일본은 강한 부정을 보였다면, 인도, 중국 등은 강한 긍정을 보인 것이다.
     
어찌 됐든 세계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대다수 사람이 자율주행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BCG는 또 다른 흥미로운 설문 결과를 보여줬다. 그건 바로 자율주행차에 관한 신뢰도이다.
     
BCG는 1260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신뢰도에 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었다. 그런데 신뢰도 설문 조사 결과는 자율주행차 선호도 조사 결과와 대조적이었다. 응답자의 50%가 자율주행차 사고 위험에 대해 걱정한다고 답한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45%는 자율주행차를 항시 통제하고 싶다고 답했다. 27%는 자율주행차의 동작 원리를 모른다고 답했다. 심지어 23%는 자율주행차의 해킹에 관해 우려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BCG의 두 설문 조사는 운전자가 자율주행차를 선호하지만 불신함을 알 수 있게 한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운전자는 자율주행차를 원한다. 그런데 어떻게 동작하는지 모르는 자율주행 시스템에 안전을 맡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운전자가 자율주행차를 불신한다면, 보행자는 어떨까? 자율주행차가 초록 불 횡단보도 앞에서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운전석에는 사람이 없다. 자율주행차를 믿고, 그 앞을 지나갈 수 있을까?
     
요크 대학교의 ‘존 춋소 (John K. Tsotsos)’ 교수는 여러 논문 분석을 통해 자율주행차의 불신이 보행자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성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자동차의 경우 운전자가 있다. 운전자, 보행자 사이의 비언어를 통해서 의사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율주행차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보행자 커뮤니케이션’    
   
그럼 자율주행차가 주는 위화감을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리즈대학교의 ‘나타샤 메랏 (Natasha Merat)’ 교수의 연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자율주행버스 ‘시티모빌2’ ⓒ 위키미디어 


나타샤 교수는 보행자를 대상으로 공공장소의 시티모빌2 운영에 관한 의견을 조사했다. 참고로 시티모빌2는 이탈리아의 연구 실증 과제에 사용된 자율주행 버스이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보행자는 자율주행차가 본인을 인식했는지를 알기 원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가 확실히 멈춰 선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서두에 소개한 현대모비스의 커뮤니케이션 라이팅과 DMD가 보행자의 위화감을 덜어주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을 현대모비스만이 개발한 것은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제기된 것처럼,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와 함께 보행자와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여러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참고로 자동차와 보행자가 의사소통 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보행자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부른다.

F015의 횡단보도 구현 모습 ⓒ Flickr 


벤츠는 보행자 커뮤니케이션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2015년 CES에서 컨셉트 카 ‘F015’를 통해 이를 이미 선보인 바 있다. F015는 현대모비스의 DMD처럼 보행자를 인식해 노면에 횡단보도 모습을 구현해준다.

EQ 포투 앞면부의 검정색 패널에서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 Flickr 


이어 벤츠는 2017년 프랑크푸르트 국제 모터쇼 (Frankfurt International Motor Show)에서 또 다른 컨셉트 카 ‘EQ 포투 (EQ fortwo)’를 선보였는데, 해당 컨셉트 카에서도 보행자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EQ 포투의 앞면 부에는 44인치 크기의 검은색 패널이 있다. 해당 패널에 자동차의 상태를 표시해 보행자가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EQ 포투는 검은색 패널의 하단부에 웃는 모양의 그림을 형상화하여 자율주행차에 친근감을 느끼도록 했다.
     
스웨덴의 셈콘 (Semcon)은 자체 조사를 통해 80%의 보행자가 운전자의 눈과 마주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셈콘은 자율주행차 앞면부에 램프를 설치해 정지 시에 미소 짓는 컨셉트 카를 선보였다.
     
포드 역시 보행자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표준 의사소통 체제를 만들자고 주장할 정도이다.
     
포드는 기술 잡지 ‘미디엄’을 통해 램프 깜빡임을 이용해 보행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했었다. 포드는 자동차의 세 가지 상태 (정지, 운전 활성화, 출발)에 따라 램프 깜빡임을 달리했다.
     
정지 시에는 흰 램프 등이 좌우로 움직이게 했고, 운전 활성화 시에는 흰 램프 등이 계속 켜져 있는 상태로 있게 했다. 그리고 출발 시에는 램프 등을 깜빡이게 했다.
     
포드는 해당 신호를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공간에서 효과성을 분석했다. 그리고 모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됨에 따라 신뢰도는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 역시 자율주행차의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보행자 커뮤니케이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서는 자율주행차의 친밀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유성민 IT칼럼니스트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b3%b4%ed%96%89%ec%9e%90%ec%99%80-%ec%86%8c%ed%86%b5%ed%95%98%eb%8a%94-%ec%9e%90%eb%8f%99%ec%b0%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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