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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Feb 19. 2019

주사 대신 달걀 섭취로 암 치료?

유전자 변형 닭, 항암제 함유 달걀 생산

이솝우화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미래 버전은 아마도 ‘항암제를 낳는 닭’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영국의 과학자들이 항암제 성분이 함유된 달걀을 낳는 닭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포커스(Science Focus)’는 로슬린연구소의 연구진이 항암제가 포함된 달걀을 낳는 유전자변형 닭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로슬린연구소는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영국의 글로벌 연구기관이다. (관련 기사 아래)



항암 성분이 포함된 달걀을 낳은데 성공

   
항암제 성분이 포함된 달걀을 낳는 유전자변형 닭은 로슬린연구소의 연구책임자인 ‘헬렌 생(Helen Sang)’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들은 닭에게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유전자를 주입하여 치료용으로 쓰이고 있는 두 종류의 단백질, 즉 바이러스와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단백질과 손상된 조직을 치유하는 단백질이 함유된 달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항암제가 포함된 달걀을 낳는 유전자변형 닭이 개발되어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Genetic Literacy Project


생 박사는 지난 1997년부터 의료용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변형 닭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로 만들어진 양인 돌리를 만든 에든버러대의 ‘이안 윌멋(Ian Wilmut)’ 교수가 자문을 맡아 주목을 끌고 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치료용 단백질의 유전자를 닭의 DNA에 끼워 넣어 유전자변형을 시키는 것이었다. 이 같은 방법을 적용하여 유전자변형 닭이 낳은 달걀을 분석해 본 결과, 달걀에서 분리한 두 단백질은 세포 배양 방식으로 생산하는 기존 치료용 단백질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생 교수는 “유전자변형 닭들이 낳은 달걀 중에는 항바이러스성 단백질인 인터페론이나 피부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밝히며 “특히 중요한 점은 닭들에게서 어떠한 부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항암제로 쓰이는 단백질 성분이 포함된 달걀 ⓒ roslin institute


이번 연구결과는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경제성과 관련한 성과로는 소요 비용이 기존 방법에 비해 혁신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단백질 기반 약물들의 상당 수는 동물에서 분리한 세포를 인공적으로 증식시키는 세포배양 기술을 통하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세포배양 방식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적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또한 복잡한 시스템과 고가의 설비가 요구되는 관계로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반면에 로슬린연구소가 개발한 방법은 기존 방법에 비해 비용이 대단히 저렴하고, 생산량도 많으며, 투자대비 효과도 뛰어나다.
     
생 교수는 “달걀을 낳으면 간단한 정제 시스템을 통해 원하는 단백질을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닭은 1년에 300개의 달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규모 를 확대하면 대량으로 약물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로슬린연구소가 개발한 방법은 기존 방법에 비해 비용이 대단히 저렴하고, 생산량도 많으며, 투자대비 효과도 뛰어나다. ⓒ Pixabay


두 번째 성과인 지속가능성의 경우는 더욱 획기적이다. 사실 의료용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변형 닭은 다른 연구기관에서도 만든 적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형질을 세대별로 계속하여 대물림하는 데는 실패했다.

     
반면에 로슬린연구소가 개발한 유전자변형 닭은 의료용 단백질의 유전자가 한 세대에서 소멸되지 않고 대를 이어 계속 유전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다.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에 있어 혁신적 성과
   
현재 생 박사가 개발한 유전자변형 닭의 형질은 5세대까지 유전되는 데 성공한 상황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로슬린연구소와 스코틀랜드의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비라젠(Viragen)이 함께 거둔 성과다.
     
비라젠의 ‘카렌 저비스(Karen Jervis)’ 박사는 “우리는 5세대에 걸쳐 닭을 번식시키는데 성공했다”라고 밝히며 “이 닭들은 모두 고농도의 의료용 단백질을 함유한 계란을 낳았는데, 유전자변형 닭부터 시작하여 단백질 함유 계란까지의 모든 사이클은 신약을 생산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공동 연구결과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장기간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진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대신에 허가를 조기에 받을 수 있는 동물의약품 분야에 유전자변형 닭 개발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유전자변형 기술을 통해 항암제 외에도 다양한 치료제들이 달걀에 함유되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sciencefocus


이에 대해 생 박사는 “가축들에게 화학적으로 제조한 합성항생제가 아닌 달걀로 생산한 저렴한 면역강화 단백질을 먹이면 항생제 내성 문제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 오하이오주립대의 연구진은 로슬린연구소보다 앞서 면화속에 있는 성분인 고시폴(gossypol)을 활용하여 닭과 달걀을 강력한 항암제 역할을 하는 식품으로 바꾸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시폴은 암세포의 에너지 생성경로에 핵심역할을 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고시폴 성분이 섞인 사료를 먹고 자란 닭과 이들이 낳은 달걀은 암이 전이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험 결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고시폴은 유방암이 확산되는 속도를 약 90% 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a3%bc%ec%82%ac-%eb%8c%80%ec%8b%a0-%eb%8b%ac%ea%b1%80-%ec%84%ad%ec%b7%a8%eb%a1%9c-%ec%95%94-%ec%b9%98%eb%a3%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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