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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Dec 24. 2018

유전자 분석, 과거 탐색부터 질병 예측까지

2018 과학기술 뉴스 ⑥ 유전자 분석


[편집자 註]

2018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에도 전세계 수많은 과학자들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놀라운 실험과 업적들을 성취해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2018년 한 해를 돌아보고 과학기술계를 빛낸 사건들을 심층 취재했다.


2018 과학기술 뉴스 ⑥ 유전자 분석


유전자 분석이 고고학, 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지난 8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막스플랑크진화인류연구소 스반테 파보, 비비안 슬론 박사팀의 놀라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2012년 러시아 시베리아동굴에서 발견된 뼈 화석을 DNA 염기서열로 분석했다. 그 결과, 화석의 주인이 4만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Homo sapiens neanderthalensis)과 데니소바인(mo sapiens denisova) 사이에서 태어난 10대 소녀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네안데르탈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를 가진 10대 소녀의 일러스트 ⓒ  Petra Korlević 


4만년 전 뼈 조각 분석… 유전자 고고학 새 지평


그동안 오래된 사람의 뼈를 유전자 분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매우 제한적으로만 실시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비비안 슬론 박사팀이 개발한 유전자 분석 방법은 그 제한을 풀게 해주었다. 그로 인해 민족의 이동경로 확인이나 인류의 기원에 관한 문제 등 다양한 연구주제에 대한 새로운 고고학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

사실 그동안 지구상에 출현했다 사라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그리고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는 생존했던 시기가 겹친다.

때문에 얼마든지 이들 사이의 성적 접촉의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었다. 비비안 슬론 박사팀의 이번 유전자 분석 결과는 이러한 ‘이종교배’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비비안 슬론 박사팀은 “유전체가 분석된 매우 적은 수의 고대인 가운데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혼혈아가 발견된 것을 보면,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 간 이종교배가 아주 드문 사례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미토콘드리아 DNA와 유전체 분석을 통해 모계 쪽의 네안데르탈인과 부계 쪽인 데니소바인 양쪽 모두의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뼈 주인공의 어머니가 데니소바 동굴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들보다 서유럽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에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네안데르탈인들이 사라지기 몇 만 년 전 서부와 동부 유라시아 지역을 오갔다는 사실도 밝혀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연구 성과는 데니소바인 아버지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네안데르탈인 조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로써 ‘과거의 생물로부터 현대의 생물에 이르는 진화 메커니즘을 유전자 분석으로 알아내려는 학문’인 유전자 고고학이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됐다.

피의 혈구 모습 일러스트 ⓒ University of Cambridge 

                                                                                                           

인체 단백질 ‘유전 지도’ 제작… 신약 개발에 도움

유전자 분석은 의학 영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네이처(Nature)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다국적 제약사 엠에스디(MSD) 공동 연구팀의 놀라운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이들은 생물학적 핵심 구성요소인 인체 단백질 ‘유전 지도’를 최초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향후 신약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정보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속 DNA에 담겨 있다. 세포의 핵 속에는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 물질을 전달하는 염색체 총 46개가 있고, 그 안의 DNA에 유전정보가 기록되어 있다.

DNA를 구성하고 있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등 네 가지 염기는 그 위치와 순서에 따라 다른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중 인체 단백질의 ‘유전지도’를 최초로 제작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체 혈장 ‘단백질체(proteome)’의 유전적 토대에 대한 특성을 밝히고, 약 1500개의 단백질에서 2000개 가까운 유전적 연관성을 식별해 냈다. 그 전까지는 연구자들이 동시에 단지 몇 개의 혈액 단백질만 측정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소마로직(SomaLogic)사가 개발한 신기술(SOMAscan)을 사용해 3300명의 혈액에서 3600개의 단백질을 측정한 연구팀은 개인의 DNA를 분석해 유전체의 어느 영역이 단백질 수준과 관련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이를 통해 이전보다 네 배 이상의 관련 지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제작된 단백질 ‘유전 지도’를 통해 특정 생물학적 경로를 식별해 낼 수 있게 됐다.

즉 유전적 변이와 질병 간의 관련성과 결합함으로써 질병의 생물학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이제 크론병과 습진을 일으키는 특정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단백질 유전 지도를 통해 혁신적인 신약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Pixabay


또 연구팀은 몇몇 경우에서 단백질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유전적 변이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런 변이를 해당 단백질에 대한 ‘점수’(score)로 변환해 단백질과 질병 간의 새로운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폐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인 MMP12이 심장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단백질 ‘유전지도’는 약물의 잠재적인 부작용을 드러내는 한편, 단백질 표적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혁신적인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과 단백질, 유전적 변이와 질병을 연결함으로써 현재 개발 중인 약물의 임상시험이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은 과거의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보게 하는 유전자 고고학의 진화는 물론, 단백질 ‘유전지도’에 따라 질병을 예측하고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김순강 객원기자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9c%a0%ec%a0%84%ec%9e%90-%eb%b6%84%ec%84%9d-%ea%b3%bc%ea%b1%b0-%ed%83%90%ec%83%89%eb%b6%80%ed%84%b0-%ec%a7%88%eb%b3%91-%ec%98%88%ec%b8%a1%ea%b9%8c%ec%a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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