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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타임즈 Dec 28. 2018

2018 주요 과학 이슈는 ‘지구’와 ‘건강’

알트메트릭 인기논문 베스트 10

영국의 과학논문 조사기관인 알트메트릭(Altmetric)은 연말에 ‘올해의 인기논문 베스트 100’을 선정한다.

이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학술적인 평가뿐 아니라 언론이나 일반대중의 반응까지 포함해 논문지수를 산정한다는 것이다.

알트메트릭은 뉴스 이야기, 블로그 포스트, 트윗, 페이스북 포스트, 위키피디아 참고문헌 등의 인용횟수를 수치화한다. 따라서 알트메트릭 논문지수가 높을 경우 그만큼 화제가 됐다는 뜻이다.

얼마 전 공개된 2018년 인기논문 베스트 100가운데 베스트 10을 살펴보면 예년처럼 건강 관련 논문이 많은 가운데 생태 및 환경 관련 논문도 여러 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최대 이슈가 ‘지구의 위기’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머지 11위에서 100위까지 논문이 궁금한 독자는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1위(논문지수 10724): 허리케인 마리아 지나간 뒤 푸에르토리코 사망률 급증 (‘뉴잉글랜드의학저널)’ 2018년 11월 4일자)


2017년 9월 20일 카리브해의 섬나라(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허리케인 마리아(Maria)가 상륙했다.
허리케인 이르마(Irma)가 지나간 뒤 불과 2주가 지난 시점이라 그 피해가 더욱 극심했는데, 경제적 손실만 약 900억 달러(약 100조 원)로 추정됐다.

그런데 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공식 사망자 수는 64명에 불과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하버드대 의대 등 미국과 푸에르토리코의 공동연구자들은 푸에르토리코 113만여 가구 가운데 3299 가구를 임의로 선정해 9월 20일에서 12월 31일 사이 사망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인구 1000명 당 사망자가 14.3명으로 나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645명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64명의 약 70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 결과 푸에트리코의 사망률은 62%나 늘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연구자들은 “공식 집계에서는 사회 인프라의 파괴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망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위(논문지수 8602): 온라인은 가짜뉴스 세상 (‘사이언스’ 2018년 3월 9일자)

2016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세계가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트위터로 상징되는 SNS가 기존 언론을 넘어서는 힘을 갖게 되면서 심지어 이를 이용해 국익을 도모하는 나라들(대표적인 예가 러시아다)도 있다.

미국 MIT 미디어랩의 연구자들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트위터를 통해 전파된 뉴스 12만6000건을 분석해 진짜뉴스와 가짜뉴스의 차이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진짜뉴스에 비해 가짜뉴스가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특히 정치 분야가 두드러졌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가짜뉴스가 더 참신해서 사람들이 이를 공유하려는 경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짜뉴스에는 주로 두려움이나 혐오감, 놀라움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더 자극적이라는 말이다. 반면 진짜 뉴스는 기대나 기쁨, 슬픔, 믿음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국가별로 남성의 음주율을 나타낸 지도다. 우리나라는 80%가 넘어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에 속한다. ⓒ 랜싯 


3위(논문지수 6854): 음주 해로움, 지구촌 공통 현상 (‘랜싯’ 2018년 9월 22일자)


최근 우리나라는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한 청년의 허무한 죽음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까지 이뤄졌다. 그런데 음주는 당사자의 삶에도 영향을 미쳐 지나칠 경우 건강을 해치고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세계질병부담(GBD) 2016 알코올 공동연구그룹이 학술지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음주는 사망과 질병 위험성을 높이는 ‘1등 공신’으로,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는 섭취량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하루 술 한 잔은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말은 속설일 뿐으로, 흡연과 마찬가지로 아예 입에 대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말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음주가 15~49세 사이 사람의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다. 음주는 남녀 모두에게 첫 번째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여성은 3.8%, 남성은 무려 12.2%를 차지한다.

이는 결핵(1.4%), 교통사고(1.2%), 자살(1.1%)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연구자들은 각국 정부가 음주에 대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위(논문지수 5694): 인류가 지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다 (‘미국립과학원회보’ 2018년 8월 14일자)

올여름 우리나라는 최악의 여름으로 기억되는 1994년을 뛰어넘어 무더위 신기록을 무더기로 갈아치웠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반구 대다수 나라가 혹서에 시달렸다. 문제는 이런 더위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 같다는 데 있다.

무더위가 절정이던 8월 14일,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한 논문을 미디어들이 앞다퉈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현재의 지구온난화 추세를 방치할 경우,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5도 이상 올라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진입한다’는 비관적인 결론을 담은 시뮬레이션 연구결과였다.

논문의 저자들은 이를 ‘핫하우스 지구(Hothouse Earth)’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는 어느새 익숙한 용어가 됐다.

지난 11월 ‘제5회 서울 기후-에너지 콘퍼런스 2018’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논문의 교신저자 캐서린 리처드슨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탄소 배출 억제뿐 아니라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라는 구슬은 어디로 굴러갈까. 간빙기인 홀로세의 옴폭 들어간 길을 따라 내려오던(시간 경과) 지구는 인류의 산업화로 옆길로 새기 시작해 오늘날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인류가 지구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안정화된 지구’로 갈 수 있지만 지금처럼 흥청망청 산다면 ‘핫하우스 지구’를 향한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다. 일단 이 길로 들어서면 워낙 가팔라 인류의 힘으로는 되돌릴 수 없다. ⓒ 미국립과학원회보 


5위(논문지수 5667): 운동하면 정신건강도 좋아진다 (‘랜싯 정신의학’ 2018년 9월호)


운동 부족은 흡연, 음주, 과식과 함께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생활습관이다. 반대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면 전체적인 사망률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병, 암 등 각종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성도 떨어진다.

옥스퍼드대를 비롯한 영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적당한 운동이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미국의 18세 이상 성인 123만 여명의 설문 조사를 분석해 이전 달에서 정신건강이 안 좋았던 날이 운동 여부에 따라 1.5일이나 차이가 난다는 결과를 얻었다.

모든 운동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됐지만, 특히 팀 운동과 사이클링, 유산소운동이 효과가 컸다. 다만 운동을 많이 할수록 정신건강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하루 45분, 일주일에 3~5차례 운동하는 게 가장 효과가 높았다. 운동도 과유불급이라는 말이다.

6위(논문지수 4993): 건강에는 중탄중지 다이어트가 정답! (‘랜싯 공중보건’ 2018년 9월호)

최근 수년 사이 고지방(저탄고지)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예전에 유행하던 고탄수화물(고탄저지) 다이어트가 큰 비난을 받았다.

보통 섭취한 칼로리 가운데 탄수화물의 비율이 40% 밑이면 저탄수화물 식단이고 70%가 넘으면 고탄수화물 식단이다. 그렇다면 저탄고지 식단이 정말 건강에 좋을까.

브링검여성병원 등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1987~1989년 당시 45~64세였던 1만5428명이 작성한 식단 설문지를 바탕으로 평균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들의 생존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총 6283명이 사망했다. 연구진이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비율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탄수화물이 50~55%인 식사를 한 그룹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고, 양극단으로 갈수록 사망률이 높아지는 ‘U’자 곡선을 보였다.

다만 지방과 단백질의 출처에 따라 차이가 났다. 즉 탄수화물의 자리를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이 차지할 경우(대부분이다) 사망률이 올라갔지만 식물성 지방과 단백질이 대체할 경우는 오히려 내려갔다.

아무튼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중탄중지’ 식단이 가장 무난한 선택일 것이다.

식단에서 탄수화물의 비율(가로축)과 사망 위험성(세로축)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로 전형적인 ‘U’자 곡선 모양이다. 이에 따르면 탄수화물의 비율이 50~55%인 중탄중지 식단이 건강에 좋다. ⓒ 랜싯 공중보건 


7위(논문지수 4937): 태평양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 (‘사이언티픽 리포츠’ 2018년 3월 22일자)


동네를 지나가다 보면 쓰레기봉투가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제발 이곳에 쓰레기봉투를 버리지 말라’는 호소가 담벼락에 붙어있음에도 웬일인지 그곳에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하는 자리라서 그런 것일까.

바다로 흘러가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상당 부분도 바다의 특정 영역에 모여든다고 한다.

태평양의 경우 하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이 160만 평방킬로미터(우리나라 면적의 16배) 영역이 그런 곳으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고 불린다.

네덜란드 등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지역의 플라스틱 쓰레기 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최소한 7만9000톤으로 기존 추정치보다 4배 이상 많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46%는 어망이다. 연구자들은 “이 지역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8위(논문지수 4498): 대체의학 선택하면 암 사망률 두 배로 (‘JAMA 종양학’ 2018년 10월호)

암 환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대의학의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나 화학요법 같은 힘든 과정에 지치면 대체의학으로 갈아탄다.

가끔 이렇게 해서 암을 고쳤다는 사례가 매스컴에 소개되기도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는 예외적인 현상이고 통계적으로는 오히려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예일대 연구자들은 2004~2013년 사이 미국의 암환자 190만여 명 가운데 대체의학을 선택하고 현대의학을 거부한 258명의 사망 위험률이 기존 의학치료를 충실하게 받은 그룹에 비해 2.1배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대체의학을 택하더라도 현대의학을 병행할 경우는 사망 위험률에 차이가 없었다.

9위(논문지수 4335): 산호초, 지구온난화 직격탄 맞아 (‘네이처’ 2018년 4월 26일자)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전방위적이라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 한번이라도 가보고 싶어하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인 호주의 대보초(Great Barrier Reef)가 지구온난화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와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지난 2016년 대보초를 강타한 기록적인 열파(수 주간 이어지는 이상고온)로 대보초 주변의 수온이 한동안 한계점인 3~4도를 넘어 6도나 올라가면서 상당수의 산호가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성장이 빠른 스테크혼(staghorn) 같은 큰 산호류가 치명타를 입었다. 분석 결과 전체 대보초 3863개 구역 가운데 29%가 2016년 열파로 타격을 받았다.

10위(논문지수 4237): 지구 생물량 80%는 식물 (‘미국립과학원회보’ 2018년 6월 19일자)

지구촌 인구 76억 명의 몸무게를 다 합친다면 지구 전체 생물량(biomass)의 얼마나 차지할까. 지난 6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전체 생물량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0.01% 내외다. 즉 1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와 미국 칼텍 공동연구자들은 생물량을 추정한 수백 건의 논문을 분석해 취합한 결과, 지구에는 탄소만 계산할 때 총 5500억 톤의 생물량이 있고 사람은 6000만 톤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관련 기사 아래)



생물의 계통에 따라 생물량을 나눌 경우 가장 비중이 큰 건 식물이다. 무려 4500억 톤으로 추정돼 전체의 80%에 가깝다.


식물 다음은 단세포 원핵생물인 박테리아로 700억 톤으로 추정된다.

3위는 곰팡이로 추정 생물량은 120억 톤이고, 4위는 또 다른 단세포 원핵생물인 고세균(archaea)으로 추정 생물량은 70억 톤이다.

5위는 원생생물로 40억 톤이고 사람이 속한 동물은 20억 톤에 불과하다.

가장 기여도가 낮은 생물군은 바이러스로 ‘겨우’ 2억 톤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기사원문:

https://www.sciencetimes.co.kr/?news=2018-%ec%a3%bc%ec%9a%94-%ea%b3%bc%ed%95%99-%ec%9d%b4%ec%8a%88%eb%8a%94-%ec%a7%80%ea%b5%ac%ec%99%80-%ea%b1%b4%ea%b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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