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분자의 특정 세 요소가 '복제의 열쇠'
DNA와 관련해 세포 안에서의 핵심적인 복제과정이 어떻게 조절되는가에 대한 수십년 묵은 미스테리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FSU) 연구팀에 의해 풀렸다.
이에 따라 미래 유전학 연구에서 이 세포 복제 과정이 차지하는 의미도 새롭게 평가되게 됐다.
세포에서 DNA와 그 관련 물질은 일정한 간격으로 복제된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체에서 이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 세포 과정은 우리 몸이 질병에 반응하는 것에서부터 머리카락 색깔 구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여한다.
1950년대 후반 DNA 복제가 확인된 뒤 전세계 연구자들은 이 과정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러나 연구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새로운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조절 과정이 밝혀지게 됐다.
생명체의 기본을 이루는 DNA의 복제 조절 요소가 미국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 Pixabay
DNA 분자의 100개 유전적 변이 관찰
FSU의 데이비드 길버트(David Gilbert) 분자생물학 석학교수와 쟈오 시마(Jiao Sima) 연구원(박사과정)은 생명과학저널 ‘셀’(Cell) 27일자를 통해 DNA 분자에 복제를 조절하는 특정 지점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길버트 교수는 “복제는 세포 유형에 따라 바뀌고 질병이 있으면 방해를 받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마지막 퍼즐조각인 복제를 조절하는 조절 요소 혹은 DNA 염기서열은 발견하지 못했었다”고 설명했다.
길버트 교수는 전임 FSU 교수였던 허버트 테일러( J. Herbert Taylor) 박사를 기리기 위한 ‘허버트 테일러 석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테일러 교수는 1950년대 후반에 다른 여러 염색체 조각들이 어떻게 복제되는지를 증명한 바 있고, 염색체 구조와 복제에 관해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약 60년이 지난 뒤 길버트 교수가 복제가 조절되는 방식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인체 세포 유형에 따른 복제 타이밍 데이터세트. ⓒ The Gilbert Lab / FSU
‘DNA 복제의 열쇠’ 세 가지 염기서열 발견
길버트 교수와 시마 연구원은 DNA 분자에서의 100개의 유전적 변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들은 가장 높은 3D 해상도에서 DNA 단일 세그먼트를 조사한 결과, DNA 분자에 있는 세 개의 염기서열들이 서로 자주 접촉한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어 정교한 유전자 편집기술인 크리스퍼(CRISPR)를 사용해 세 영역을 동시에 제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들 세 요소가 DNA 복제의 열쇠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길버트 교수는 “이 요소들을 제거하면 세그먼트 복제 시간이 복제 과정의 맨 처음에서 마지막 끝으로 변경되었다”고 말하고, “단지 이 하나의 결과만으로 경이로움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복제를 조절하는 DNA분자의 특정 지점을 발견한 데이비드 길버트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분자생물학 교수. ⓒ Bruce Palmer/FSU Photography Services
“유전학 연구에 새로운 길 열어줄 것”
세 요소를 제거하자 복제 시점의 변경 외에도 DNA 분자의 3차원 구조가 크게 달라졌다.
시마 연구원은 “우리는 처음으로 게놈에서 염색질 구조와 복제 타이밍을 조절하는 특정 DNA 염기서열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결과들은 DNA가 세포 안에서 어떻게 접히는지, 또한 이런 접힘 패턴이 유전물질의 기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DNA 복제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좀 더 잘 이해하면, 유전학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길버트 교수와 시마 연구원의 실험에서와 같이 복제 타이밍이 변경되면 세포 유전 정보의 해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이것은 과학자들이 DNA 복제 타이밍을 교란시키는 복잡한 질병을 치료할 때 중요한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길버트 교수는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복제를 하면 완전히 다른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복제 시간이 바뀌면 유전 정보 꾸러미도 바뀐다”고 설명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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