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유망기술 ⑤ 에너지 전환과 신산업
[편집자 註]
새해를 맞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놀라운 기술들이 대거 출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우리 삶의 속도와 질을 한 단계 높여줄 5세대 이동통신이 실현되고, 인공지능을 통해 공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혁신 시대, 사이언스타임즈는 2019년 새해를 맞아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기술을 진단한다.
미래 유망기술 ⑤ 에너지 전환과 신산업
지난해 애플은 필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본사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애플스토어나 데이터센터에 제공되는 전력을 모두 태양광과 풍력 등을 통해 공급한 것이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2년 전부터 데이터센터 운영 등에 필요한 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만 메꾸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은 태양광 및 풍력 전력 생산 업체와 매년 구매계약을 맺으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로만 필요 전력을 충당했다. ⓒ google
애플과 구글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력의 대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에너지 전환’은 이제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움직임은 올 한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제로에너지 빌딩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실천방안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에너지 전환 움직임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의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RE100은 재생에너지를 뜻하는 리뉴어블 에너지(Renewable Energy)와 100%를 합친 용어로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단체는 환경과 관련한 다국적 비영리법인인 ‘TCG(The Climate Group)’으로서, 5년 전 뉴욕 시에서 개최된 기후주간(Climate Week NYC) 행사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이후 애플과 구글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이케아 그리고 스타벅스와 아마존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140여 개 이상의 기업이 RE100 캠페인을 선언, 신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라는 목표를 향해 활동하고 있다.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모두 신재생에너지로만 사용하는 캠페인이다. ⓒ re100.org
RE100 캠페인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구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면, ‘제로에너지 빌딩(Zero Energy Building)’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구체적 실천방안이라 할 수 있다.
제로에너지 빌딩이란 건물 내의 에너지 소비량과 자체적 생산량의 합이 최종적으로 ‘0(net zero)’이 되는 건물을 말한다. 그동안 안정적 수급을 위해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했던 에너지 정책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실제 사례라 할 수 있다.
제로에너지 빌딩의 핵심은 건축물의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는 ‘패시브(Passive)’ 요소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액티브(Active)’ 요소로 나눠진다.
전자는 단열성능 강화를 통해 냉·난방 에너지사용량을 최소화하는 개념이고, 후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개념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야 제로에너지 빌딩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애플이나 구글 등이 RE100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까닭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대부분을 제로에너지 빌딩으로 개조하거나 새로 건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신재생에너지만으로도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TCG 측의 설명이다.
초저전력과 초고용량은 에너지 산업의 당면 문제
에너지 전환과 함께 올해 주목받을 또 하나의 이슈로는 ‘에너지 신산업’이 꼽힌다. 에너지 신산업은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 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현안을 효과적으로 풀어가는 이른바 ‘문제해결형 기술이 바탕이 되는 산업’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에너지 산업에 당면한 문제는 어떤 것일까? 바로 전력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거나, 전력을 최대로 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과 ‘초고효율·초고용량 자동차 배터리 기술’은 이런 당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두 기술 모두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미래유망 융합이슈 10선’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술들이다.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 산업이 전력 부족 문제 때문에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해결해 줄 구원투수로 조명받고 있다.
ICT 산업이 전력부족 문제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들과 각종 정보를 보관하는 데이터센터들 때문에 생겨났다.
이들이 작동하려면 전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전력량을 생산량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IoT 디바이스나 데이터센터가 전력부족 문제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까닭은 이들 기기에 탑재되어 있는 반도체 때문이다. 반도체 크기가 미세화될수록 상대적으로 커지는 발열문제가 심각한 전력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을 주도할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 ⓒ free image
반도체 미세공정이 수십 nm 이하로 줄어들게 되면서 물리적인 크기가 너무 작아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전자가 소자 밖으로 새어나오는 현상이 나타나며 발열현상이 과다하게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전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작동이 가능한 반도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이다.
만약 초저전력 반도체가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에너지 부족 문제는 물론 전력생산을 줄인 만큼의 온실가스 방출을 감축할 수 있어 기후변화를 늦추는데도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초고효율·초고용량 자동차 배터리 기술’은 급속충전 기술을 접목한 ‘고에너지 밀도의 장거리 주행용 배터리 셀’과 고용량이면서도 무게를 10% 이상 줄인 ‘확장형 배터리 모듈’이 핵심이다.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셀은 빠른 충전 속도와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의 주행이 가능해야만 한다. 그런데 최근 국내 굴지의 부품사인 S社가 이 같은 규정에 적합한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여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배터리 급속충전기술은 배터리 셀 내부의 저항을 대폭 줄인 양·음극 소재 및 설계·공정 기술 고도화를 통해 개발됐다. 덕분에 지금보다 많은 전기에너지를 보다 빠른 속도로 배터리에 충전하는 한편, 출력이 높은 전기모터의 가속력에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S社 관계자는 “개발된 배터리 셀은 20분 내의 급속충전으로 500㎞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라고 밝히며 “20분 정도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머무르는 시간만으로 충분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 자동차의 주행거리 한계와 운전자의 불안감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대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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