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과학쌤 Feb 09. 2024

나를 구원한 폴댄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오늘의 운동을 건너뛸 갖가지 핑계를 찾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말이다.


 침대나 소파에 누워 있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 돈을 내고 수업에 등록해야지만 겨우겨우 몇 번의 운동을 하는 사람. 그나마도 운동하러 나갈 마음 먹기까지 꾸물거리느라 수업에 매번 늦는 사람. 다름 아닌 내 소개다.


 필라테스를 배울 때는 자체적으로 동작의 횟수나 시간을 줄여 버렸고, 배드민턴을 배울 때는 레슨만 간신히 받고 개인 연습 시간에 도망쳐 버렸다. 특히 배드민턴은 맞추는 공보다 놓치는 공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공만 줍다가 오는 것 같아서 도통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경쟁 심리 때문에 열심히 하게 된다는 크로스핏을 시도해보기도 했는데, 비교도 안 되게 잘하는 사람들 틈에 있다 보니 경쟁심은 커녕 하루하루 의욕이 사라졌다. 그 날의 운동 프로그램이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느껴져서 성취감을 느낄 새가 없었다.


 의무감으로 이런저런 운동을 하긴 했지만, 잘하고 싶다는 의지도 없었고 재미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랬던 내가 폴댄스를 알게 된 후로는 운동하러 갈 때 가장 신나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찌감치 준비를 하다 보니 수업에 늦은 적도 없다. 운동이 끝난 후에복습까지 하고, 행여나 다음 수업에 지장이 생길까 봐 집에서도 틈틈이 몸을 풀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니. '운동이 재미있는 나'라니. 틀림없이 폴댄스가 나를 구원한 게다.


 폴댄스를 시작한 것정말로 우연한 계기였다. 살고 있던 집 건너편 건물폴댄스 학원이 있었데, 공교롭게도 층수까지 비슷해서 창문을 통해 학원 내부가 였다. 사실 처음에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랐다. 8차선 대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또렷 보이지 않았 것이다. 어렴풋 보기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은 것도 아니고 단체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라서, 작은 공간을 빌려 친구들끼리 노는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공간의 사람공중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 사실을 처음 깨달은 날에는 페라글라스까지 꺼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날 이후로 그곳의 불이 켜져 있을 때면 유심히 살피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폴며들어 학원 문을 두드게 되었.

작가의 이전글 지구 반대편에서 보내는 한여름의 연말과 새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