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3주 차
임신 15-16주부터 태동인가 아닌가 긴가민가 싶던 감각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명확하게 태동을 구분할 수 있다. 하루 중 꽤 많은 시간 동안, 꽤나 여러 번, 아이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음식을 먹고 났을 때 특히 많이 움직이고, 자려고 누워 있을 때도 움직임이 많다. 잘 때는 실제로 많이 움직인다기 보다는, 고요한 와중에 배 속 아이만이 투둑투둑 요동치다 보니 감각이 잘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손을 대 보라고 하면 갑자기 움직임이 멈춘다. 배 바깥에서 누르는 느낌을 아는 걸까? 태동이 심하면 잠이 안 와서, 움직임을 멈출 용도로 남편의 손을 이용하곤 한다.
남편이 처음으로 태동을 인지했을 때, "이 좋은 걸 혼자만 느끼고 있었어?"라고 했다. MBTI 검사에서 T 성향이 두드러지는 남편이라 '배꼽 옆에서 움직였네.' 같은 사실 위주의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평소의 남편답지 않은 표현이라 웃음이 났다.
때로는 아이의 딸꾹질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같은 곳에서 일정한 속도로 맥박 뛰듯 약한 강도의 자극이 이어지는 것이다. 톡 톡 톡 톡- 딸꾹질은 자의로 멈춰지지 않는지 남편이 손을 올려도 계속된다.
처음 태동을 느꼈다고 생각했을 때, 둥둥 떠 있던 아이와 나의 관계가 비로소 연결된 것 같은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아빠로서의 무언가를 느낀 남편도 제법 신기했을 게다. 이제는 나에겐 익숙한 느낌이라, 오늘도 무사히 잘 있구나 하고 안도감을 주는 감각이다.
임신 7~8주부터 태아는 쉼 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동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임신 초기에는 태아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이 움직임을 임산부가 인지할 수 없고, 일반적으로 임신 16~17주부터 태동을 느끼기 시작한다. 임신 32주 무렵까지 태동을 점점 자주, 그리고 점점 크게 느끼게 되는데, 이후로는 태아에 비해 자궁의 크기가 좁아져 움직임이 제한되므로 태동을 느끼는 횟수가 감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