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1주 차
임신 중기로 들어서면서 거의 5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간다. 병원에 자주 갈 이슈가 없는 것이 다행이긴 한데, 아이의 상태가 궁금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사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이만큼 초음파를 보는 것도 감사한 일이긴 하다.
임신 20주 무렵의 병원 이벤트는 정밀 초음파다. 손가락, 발가락 개수부터 장기의 문제까지,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모든 이상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다. 문제가 발견되면 큰 병원과 연계해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진료 일정을 예약할 수 있다.
이 또한 한국의 의료 기술에 감사하는 바이다. 정밀 초음파에서 꽤 높은 확률로 발견되는 질환은 다지증, 구순구개열(비속어 언청이), 심장 중격 결손 등이다. 이 질환들의 수술은 우리나라에서 어렵지 않은 편에 속해서 어릴 때 치료를 끝내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되지 않을까 심장이 잘 뛰고 있을까 병원에 갈 때마다 불안했는데, 이번에는 편한 마음으로 초음파를 봤다. 이 시점에 발견되는 문제들은 병원을 믿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다만 초음파를 보는데 30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정밀 초음파 검사가 워낙 오래 걸리다 보니 오늘은 진료실이 아닌 초음파실에서만 주치의 선생님을 만났다. 내 담당 선생님은 부드러운 말투가 장점인 분인데, 30분 동안 나긋나긋한 설명을 듣다 보니 순간순간 집중력이 흩어졌다. 시험 문제를 알려준다고 해도 조는 학생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설명이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니, 질문할 시간도 없었다. 평소에는 궁금한 것이 딱히 없었는데, 하필 이번에는 질문할 4가지를 적어갔더랬다. 입덧약을 계속 먹어도 되는지, 화장실에서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데 괜찮은지, 전기장판 사용이 양수 온도에 영향을 주는지, 태동을 얼마나 자주 느껴야 정상인지. 이것들을 물어볼 타이밍을 잡는 것이 관건이었다.
체중 관리에 대해 말씀하실 때 입덧약에 대해 물어보고, 자궁 경부 길이를 확인해 달라고 하면서 밑이 빠지는 느낌에 대해 질문했다. 약을 끊기로 굳게 마음먹고 고통의 기간을 버티지 않을 거라면 약을 계속 먹는 것도 괜찮다고 했고, 자궁 경부 길이도, 밑이 빠지는 느낌도 다 정상이라고 하셨다. 나머지 질문은 타이밍을 못 잡고 있다가, 검사가 끝나고 장비를 정리할 때 전기장판에 대해서만 재빨리 질문했다. 선생님 본인도 임신했을 때 사용했다고만 답해주고 급히 나가셨다.
다음 진료가 쭉 밀려 있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갔다. 빨리빨리의 민족인 우리나라에서 대기자들의 짜증과 의사쌤의 급한 마음이 모두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에서의 진료는 느긋하게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 가는 분위기였는데, 병원 예약 대기가 몇 달임을 생각해 본다면 모든 것에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태동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특별한 이상 없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초음파 영상으로 확인했으니 걱정은 덜었다.
사람의 심장은 근육벽에 의해 좌우가 나뉘어 있다. 좌측에는 산소가 풍부해 온몸으로 공급될 피가 흐르고 우측에는 온몸에 산소를 나누어준 후 노폐물의 비율이 높아진 피가 흐른다. 태아의 심장 발달 중 좌우를 구분하는 중격에 구멍이 생겨 산소가 풍부한 혈액과 그렇지 않은 혈액이 섞이는 선천성 질환을 심장중격결손이라 한다. 작은 크기의 구멍은 아이가 자라면서 저절로 막히기도 하며, 큰 크기의 구멍은 수술을 통해 막아주면 100%에 가깝게 생존하여 평범한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