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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에게 어떤 침대를

임신 20주 차

by 여행하는 과학쌤

임신 기간 절반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준비한 육아용품이 없다.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딱 두 가지, 카시트와 아기 침대. 태어난 아기를 집으로 데리고 오려면 카시트가 당장 필요하고, 집에 온 아기를 어딘가에 눕혀야 하니 아기 침대도 미리 마련해둬야 할 것 같았다. 그 외 이나 기저귀, 수유 관련 물건들은 겪어가며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카시트는 베이비페어에서 몇 가지를 보고 나니 어떤 제품이든 비슷한 것 같아서, 적당히 고르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아기 침대는 형태, 크기, 보조 기능, 사용 연령까지 정말로 천차만별이라 검색을 많이 해야 했다. 게다가 아기 침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우리 집이었다. 신혼집은 방 하나, 거실 하나 구조의 12평짜리 작은 집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나는 이 집을 너무 사랑하지만, 현 상태에서 가구를 늘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실에는 붙박이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소파와 식탁도 있다. 남는 공간에 아기 침대를 둘 순 있지만, 신생아를 살피면서 우리도 그 옆의 좁은 바닥에서 같이 자야 한다는 게 문제다. 가뜩이나 힘들 시기에 잠자리까지 불편하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것 같고, 낮 시간 동안의 생활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도 문제였다.


하나 있는 방은 사실상 부부 침대로 이미 꽉 차 있다. 침대를 살 때 물건을 올려두는 용도의 사이드 협탁을 양쪽에 추가할 수 있었는데, 방이 워낙 은 탓에 그리 크지도 않은 협탁을 한쪽밖에 달지 못했다. 결국 아기 침대를 둘 수 있는 자리는 딱 한 군데뿐이었다. 침대 방에서 협탁이 달린 옆쪽 공간이 아니라, 침대의 발 쪽으로 남는 공간. 남는 폭은 정확히 63cm다.


문제는 아기 침대 대부분이 63cm를 넘는다는 것이다. 60cm라고 광고하는 아기 침대들도 실제 양 끝까지 사이즈를 재보면 64~66cm였다. 선택의 폭은 줄고 줄어서 오로지 크기만 보고 아기 침대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실측 길이 60cm의 벨라 원목 아기 침대로 결정했다.


남편은 중국산 원목의 싸구려 마감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지만 달리 대안이 없었다. 대신, 어차피 새 제품도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니 중고 제품을 구하기로 했다. 신혼집이 있는 동네는 노년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 당근마켓에 아기 물건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친정집 근처에서 무료 나눔을 받았다. 친정집에서 신혼집까지 침대를 가져오려면 분해하여 차에 싣고 와야 하는데, 그 작업을 못 해서 아직까지 방에 넣어보진 못 했다.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강제 절약하면서 작은 집에서 적당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쪽이든 아기와 함께 산다는 것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 많은 삶이다.


영아 돌연사 증후군은 만 1세 이하의 영아가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를 뜻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면 환경이 중요하다. 목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는 스스로 얼굴을 돌릴 수 없고 호흡이 약하기 때문에 푹신한 매트나 이불에 묻혀 질식할 위험이 있다. 신생아는 보호자와 같은 방에서 재우되, 성인 침대와 분리하여 아무것도 없는 딱딱한 곳에 등을 대고 눕혀야 한다. 뒤집기를 할 수 있는 영아의 경우에도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이불이나 쿠션 등을 모두 치우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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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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