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 오히려 피곤해

임신 26주 차 입체초음파

by 여행하는 과학쌤

이번 산부인과 진료의 주요 임신성 당뇨 검사와 입체 초음파 촬영이다. 병원에서 주는 당 음료를 먹고 1시간 후의 혈당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1시간 동안 입체 초음파를 보는 시스템이었다.


입체 초음파는 필수가 아니지만 다들 하는 분위기에 어찌저찌 떠밀려 갔다. 종 임산부 커뮤니티에 입체 초음파 사진이 잔뜩 올라와 있는데, 기하게도 아기의 얼굴이 모두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태어난 직후의 얼굴이 입체 초음파 사진과 거의 같다는 평도 많았다. 사진들을 보면서 막연하게 '우리 아가는 코도 오똑하고 눈도 그랗게 생겼을 거야' 하는 기대감을 가졌더랬다. 나는 눈이 크고 남편은 코가 오똑하다.

그런데 초음파로 뚜렷한 얼굴을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는 얼굴 한쪽을 태반에 파묻고 있었고, 얼굴 정중앙은 탯줄이 가리고 있었다. 탯줄 옆으로 이가 움직이길 바라면서 한참 동안 헛기침도 하고 배도 흔들어 봤지만 효과는 없었다.


초음파 촬영이 길어지면 힘들어지는 건 나다. 누워있는 자세도, 태동도, 초음파 기계로 배를 누르는 감각도 모두 불편하다. 이 정도로 충분하니 그만 보자는 말이 입술 끝에서 나갈 듯 말 듯 할 때쯤 선생님이 먼저 종료를 선언했다. 잘 나온 사진을 건지진 못 했고 포토샵으로 탯줄과 태반을 지운 사진 몇 장을 받았는데, 기대와 달리 코와 입이 납작하게 눌린 것처럼 보였다. 초음파 사진 뿐인데도 어쩐지 속상했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인터넷상의 아가들에 익숙해진 탓이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태아 초음파 사진과 실제 아이 얼굴에 대해 계속 검색했다. 급기야 남편 사진, 내 사진, 초음파 사진을 챗GPT에게 주고 태어날 딸의 모습을 나이별로 예측해 달라고 했는데, 엉망진창의 결과가 나왔다. 0세 아기의 얼굴은 초음파 사진을 사람처럼 다듬은 정도였고, 2세, 5세, 10세 아기의 얼굴은 그저 내 얼굴을 어린이처럼 바꾼 말도 안 되는 사진이었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남편과 나의 어린 시절 사진까지 공수해서 AI 예측을 시키려고 했는데, 우리의 사진들을 보자 깨달았다. 나도, 남편도, 아가 땐 흐릿한 이목구비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팥 심은 데서 팥 나는 법은 틀림이 없었다.


초음파는 높은 주파수의 파동으로, 산모나 태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검사다. 초음파 기계에서 나간 파동이 뼈나 근육에 닿은 후 반사되어 돌아오기까지의 시간과 강도 변화를 인식해서 흑백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초음파 사진에서 뼈와 같이 단단한 조직은 하얗게, 액체 부분은 까맣게, 연한 조직은 회색으로 표현되며, 이를 통해 세부 장기의 단면 형태를 판별할 수 있다. 입체 초음파를 촬영할 때에는 여러 각도로 파동을 보낸 후 수많은 단면의 데이터를 합쳐 3차원으로 합성해 보여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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