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기엔 한 주 한주가 다르다

임신 33주 차

by 여행하는 과학쌤

임신 기간 내내 임산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임신 중기까지 계속된 입덧으로 좀비처럼 골았다가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살찔 틈이 없었다. 검진을 갈 때마다 주수에 비해 아기가 작다는 이야기 들었고, 1-2주 전까지만 해도 헐렁한 옷을 입으면 배가 전혀 안 나와 보이게 다닐 수 있었다.


지난주에 마지막으로 출근하면서 학생들에게 임신 사실을 고백했는데 눈이 튀어나오려 하면서 경악하는 반응들을 보였다.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다닌 터라 눈치를 못 챘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예상보다 더욱 놀라는 반응에 나도 당황했다. 다음 달 말쯤 아기가 태어날 거라고 했더니, 배가 안 나왔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쫑알거렸다. 늘 핸드폰에 얼굴을 박고 있던 아이들까지 모두 초집중하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한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그럴 시기가 되었기 때문인지, 최근 며칠 사이에 급격하게 배가 터질 것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떤 옷을 입어도 임산부임을 숨길 수 없고, 패딩이 잠기지도 않는다.


태동도 달라졌다. 이전의 태동은 신기하고 불편한 느낌 정도였다면, 이제는 훨씬 강도가 세져서 찌릿하고 욱신거리면서 아프다. 게다가 회음부부터 갈비뼈까지 모든 곳을 두드리고 밀친다. 이 정도로 온 배에 자궁이 꽉 차 있다면, 내 다른 장기는 어디로 가서 구겨져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밥을 먹어도 명치가 불편하고 배가 당기는 것이 당연한 게다.


입덧이 심했던 임신 초기처럼 잠을 못 자는 날들이 다시 늘어났다. 갈비뼈도 아프고 서혜부도 욱신거리고 종아리도 저려서 누워 있다가 자꾸만 일어나게 된다. 생리통처럼 배와 허리가 아파서 끙끙 앓으며 잠에서 깨어난 적도 많다.


급격하게 몸이 변해서 그런지 혈압도 높아졌다. 최고혈압이 100을 넘지 않는 사람인데 이젠 검사할 때마다 120 정도가 나온다. 정상 범위라지만 나에겐 큰 변화다. 혈압 때문인지 단백뇨도 나온다. 혈압 상승도 단백뇨도 병원에서는 아직 위험 수치가 아니라며 특별한 조치 없이 관찰 중인데, 나는 마음이 불안하다. 아이를 낳고 나면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긴 하는 걸까?


와중에 신기한 것은 아이의 존재감이 커져서인지 모성애가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다. 이 아이로 인해 내 삶이 모두 달라져 버릴 것이 자연스럽고, 태명을 부르는 것이 더는 어색하지 않다. 가끔은 길에서 어린 여자 아이만 봐도 마음이 찡하다. 말로는 정확히 표현되지 않는 어쩔 수 없는 형태의 애정이 쌓여버 게다.


임신 후기에는 매 검진마다 혈압과 소변 검사를 진행한다.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되는 단백뇨와 고혈압이 함께 나타나면 임신중독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혈관이 수축하고 혈류 공급에 이상이 생기면서, 간, 신장, 뇌 등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임신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부종, 단백뇨, 두통 등이 나타나며, 혈류 저하가 지속되면 시각 장애, 경련 등이 동반되어 위험해진다. 임신 상태가 종료되면 증상이 나아지므로,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살펴 출산일을 조절할 수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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