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도 운동은 필요해

임신 35주 차

by 여행하는 과학쌤

일산에는 세 개의 대형 산부인과가 있다. 그레이스, 허유재, 차병원. 차병원은 최근에 지어진 신식 종합 병원이고, 그레이스와 허유재병원은 오래된 동네 터줏대감 느낌이다.


생 시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그레이스의 자연주의 출산 광고를 자주 봤었는데, 뭣도 모르면서 자연주의가 좋아 보여서 그레이스 병원에서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적어놓은 적도 있었다. 막상 아이를 가진 후에는 그레이스병원이 거주지에서 가장 먼 탓에 자연스레 탈락되었다.


처음에는 신식 시설의 차병원을 1순위로 생각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 예약이 힘들고 대기가 길다는 단점이 걸렸고, 대 병원 특유의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허유재병원으로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허유재병원의 시설은 오래되었지만, 의료진이 모두 친절해서 따뜻한 느낌이 있다. 방문날 수간호사쌤과 따로 만나서, 임신기간 중의 검진 일정과 병원 이용에 대해 브리핑을 듣는 자리가 있는 것도 좋았다. 이때 임산부 문화센터를 알게 되었는데, 병원 내에서 요가와 수체조를 운영한다고 했다. 저렴한 수강료로 임산부에 특화된 수업을 들을 수 있니 신청을 안 할 이유가 없었는데, 입덧 때문에 내내 고생하다가 임신 후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화센터에 등록했다.


수체조는 태어나서 처음 해본 것으로, 물속에서 운동하는 것이 상상보다 훨씬 어려웠다. 팔로 물을 끌어모을 때마다 과학 시간에 가르치던 물의 무게를 절절하게 체감했다. 공기를 가르는 것과 물을 가르는 것이 이렇게나 다르다니. 매번 팔에 근육통이 왔다. 대신 스쿼트나 런지 같은 동작은 부력 덕분에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수체조가 근력 운동에 확실히 도움이 되긴 했지만,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은 근육 이완과 스트레칭이라 달에는 요가만 등록했다. 임신 직전까지 다양한 운동을 했던 몸인데도 몇 달 안 움직였다고 완전히 몸이 굳어버렸다. 허유재 병원의 요가는 12회에 4만 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인데, 말도 안 되게 수업이 좋았다. 임산부의 몸을 전문적으로 이해하고 무나 게 동작을 설명해 주는 선생님 덕분에, 어느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알아차리고 따라하기가 쉬웠다. 웬만해서는 이런 생각을 잘 하지 않는데 수업료를 더 올려 드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산을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동작들도 틈 날 때마다 알려주셨는데, 집에서는 도통 의지가 생기지 않 때문에 아직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필요를 느끼고 움직이는 사람인지라 아마도 출산 직전에나 되어서야 스스로 운동을 할 것 같다. 3회 요가실로 나가는 것이 요즘의 유일한 활동인데 규칙적으로 할 일이 있는 백수의 삶이 괜찮다.


무리하게 복부에 압력이 가해지는 것만 아니라면 임산부에게도 운동은 권장된다. 특히 스쿼트, 힙브릿지 등의 동작은 골반과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여 분만에 도움이 된다. 운동이 익숙하지 않은 임산부는 수중 스쿼트가 체중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물속에서는 물이 물체를 위로 밀어 올리는 부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속으로 들어간 내 몸의 무게만큼 위로 떠오르는 힘을 받기 때문에 엉덩이를 낮춰 앉는 동작을 쉽게 수행할 수 있다. 한편 물은 공기보다 800배 이상 밀도가 높아 유체 저항이 크기 때문에, 물속에 앉았다가 저항을 거슬러 올라오는 속도를 조절하며 근력도 기를 수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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