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일기 1

38주 6일

by 여행하는 과학쌤

마지막 병원 진료를 본 바로 다음 날, 느낌이 쎄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새벽에 깨는 것이 일상인데, 깨어났을 때 유독 배가 많이 아팠다. 매일 4-5시간밖에 못 자다 보니 너무 피곤해서 제발 다시 잠들고 싶었는데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아침 8시까지 침대에 누워서 졸음과 통증 사이를 헤매다가, 아무래도 뭔가 벌어지고 있구나 싶어서 잠을 자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일어났다. 출산 가방에 넣을 것을 대충 챙겨서 한쪽에 쌓아두고 음식을 찾았다. 파스타가 먹고 싶었지만 만들 힘이 없었기 때문에 요플레를 두 개 뜯어먹고 고구마칩을 씹었다.


그러다 피가 비쳤다. 말로만 듣던 이슬. 이제 진짜 곧이구나 싶으면서 패닉이 왔다. 그 이후로는 거의 변기에 앉아 있었다. 배가 아프고 항문을 밀어내는 느낌이 자꾸 드는데, 진통인지 화장실 배인지 구분이 안 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제법 일정하게 통증이 몰려들었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것이 진통이 시작됐구나 느낌이 왔다. 평소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통증의 강도는 익숙했다. 아무래도 출산이 임박한 것 같아서 출근한 남편에게 반차를 쓰고 오라고 한 뒤 오후에 함께 병원에 갔다. 그런데 그 시점에는 하필 통증의 주기가 사라져서 집에 더 있다가 다시 오라고 돌려보내졌다. 양치기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남편은 내일 출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내 느낌엔 오늘 내일 중에 분명 출산인데.


저녁 무렵에는 통증이 점점 강해졌다. 진통을 가라앉히는 호흡법 따위는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다. 진통이 올 때마다 침대 헤드를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옆집에서 신고가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정말이지 입 밖으로 비명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진통 주기가 여전히 10분 내외로 불규칙한 것이었다. 병원에서 이미 돌려보내진 전력이 있으니 분만실에 전화를 해봐도 조금 더 참아보라는 답만 돌아왔다.


자정이 지나서야 진통 간격이 6분으로 줄어 병원에 가니, 자궁문이 3cm 열려 있어 바로 무통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아니, 바로라기엔 몇 가지 절차들이 있었데, 병원복으로 환복한 후 내진과 관장을 하고 액 주사와 척추 카테터를 삽입하는 과정이었다. 이미 진통의 고통이 너무 심해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든 과정이 힘들었다. 관장의 불편감 같은 것은 느낄 새도 없었다. 혈관이 자꾸 터지고 멍들어서 굵은 수술용 주사를 세 번이나 다시 꽂았는데 거기엔 정신이 가지도 않았다.


다만 척추 카테터 삽입은 외의 복병이었다. 무통 천국이라는 말만 들었지 그 과정이 이렇게 아프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지르고 몸을 움직여서 정말 많이 혼났다. 단시간에 끝나는 과정이 아니었고, 처음 찔렸을 때뿐만 아니라 카테터가 깊숙이 들어가는 내내 아팠다. 처치가 끝난 후에도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관이 삽입된 등이 또렷하게 아프고 불편했는데, 20분쯤 지나자 무통 주사액의 효과가 퍼지면서 무통 천국이 찾아왔다. 러나 행히도, 이 무통 주사가 끝까지 문제였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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