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8주 차
근래에 급격히 살도 찌고 안색이 폈다. 최근 들어 그나마 잘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큰 이유인 것 같다. 출산을 앞둔 자궁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위에 공간이 생긴 것이다.
임신 중반까지는 입덧으로 끝없이 토해내며 살이 쭉 쭉 빠졌고, 임산부인 것을 몰라볼 만큼 작은 배에 들어찬 자궁이 위장을 밀어내어, 입덧이 완화되고도 내내 속이 안 좋았다. 초음파 검사를 할 때마다 명치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이러니 밥을 먹을 공간이 있겠나 싶었다.
임신 기간 내내 리클라이너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이젠 식사를 하고 나서도 명치를 펴고 숨을 쉴 수 있고 속이 불편하지 않다.
대신, 완전히 다른 형태의 감각이 찾아왔다. 하루 종일 서서 짐을 나르기라도 한 것처럼 허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생리통과 비슷하게 아랫배가 조이는 것이다. 특히 밤에 통증이 강해져서 자는 것이 편치가 않다. 새벽에도 배나 허리가 아파서 잠에서 깨어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침까지 뜬 눈으로 버틴다. 어떤 때는 대변을 보고 싶은 강렬한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가진통인지 대장의 문제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38주 차 초음파 검진 결과 아이 머리가 서혜부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진통이 오길 더 기다려도 되고, 이번 주 중에 유도분만을 시도해도 될 것 같단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나도 안 되었는데 당장 출산이라니. 출산 가방도 아직 못 쌌는데. 패닉이 올 것 같아서, 진통을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아마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는 게 선생님의 답이었다.
열 달이나 아이를 품고 있었지만, 아직도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되었다. 낯설고 어색하고 무섭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면 자궁의 위치도 아래로 내려오고 자궁 안에서 놀고 있던 아기도 아래로 내려온다. 아기의 머리가 골반 사이로 들어오면서 초음파 검사로 얼굴을 잘 볼 수 없으며 머리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이후 아기 머리의 압박 자극과 호르몬 변화의 합에 의해 분만까지의 과정이 촉진된다. 프로스타글란딘은 단단하게 아기를 받치고 있던 자궁 경부를 부드럽고 얇아지게 만들고, 옥시토신은 자궁을 수축시켜 아기가 더 아래로 내려오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