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마톨라이트가 뭐길래

by 여행하는 과학쌤

세계테마기행 촬영은 장소 선정부터 쉽지 않았어. 처음에는 호주의 과학 소재 찾아보기로 했는데, 드론 허가를 받기 어려워서 다른 나라로 목적지를 변경하게 되었거든. 호주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남편에게 가장 처음 꺼낸 말은 스트로마톨라이트였어.

"나 호주 말고 다른 데 갈 것 같아. 스트로마톨라이트 보고 싶었는데..."


자신의 흥미 분야가 아니면 영 관심을 두지 않는 남편은 스트로마톨라이트에 대해 몇 번 들었는데도 그게 뭔지 또 물었어. 물론 충분히 이해해. 이름부터 길고 어려운 것이 거부감을 줄 법하니까. 남편은 제대로 설명해 주려는 시도마저 막았어. 시청자들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 촬영 중에 자세히 설명하면 절대 안 된다는 당부와 함께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촬영지가 다시 서호주로 확정되었을 때 들었던 생각도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것이었어.


그렇게 어마어마한 기대를 안고 칼바리에서 300km 정도를 이동해서 하멜린풀에 도착했어. 살아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볼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없는 바다. 책에서 늘 접하던 존재를 직접 마주하게 될 설렘은, 방송으로만 보던 연예인을 직접 만날 때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그래서 '연예인 팬미팅'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피디님 마음에 드셨는지 이 장면이 메인 예고 영상에 실려서 매 회 송출되었어.


하지만 기대하던 팬미팅은 성사되지 않았어. 그늘 한 점 없는 그곳에 방문객 역시 한 명도 없을 때 알아챘어야 했던 걸까? 스트로마톨라이트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나무 데크가 부서져 있고 철조망이 둘러져 있었어. 2년 전 태풍이 불어 파괴되었다는데 아직까지 보수하지 않은 것도 야속하고, 한글로 된 어떤 검색 엔진에서도 이런 정보를 수 없었던 것도 야속했어. 그 먼 곳까지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보기 위해 찾아가는 사람도 많지 않거니와, 그걸 보지 못한 실망감을 글로 작성할 만큼 관심 있는 사람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겠지?


그러니 어쩌겠어. 서호주 여행 준비가 취소되었을 때도, 다시 재개되었을 때도 스트로마톨라이트부타 떠올린 내가 글을 쓰는 수밖에.


출처 : EBS 세계테마기행 서호주편


35억년 전 화석의 직계 후손, 하멜린풀의 스트로마톨라이트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세균과 퇴적물 알갱이가 층층이 결합하여 형성된 퇴적 구조야. 단세포 생물인 남세균이 모여 있는 개체군 주변에 부유물이 퇴적되고, 남세균의 번식과 부유물의 퇴적이 반복되면서 구조물이 점점 커져서 바위와 같은 형태를 이룬 거야. 평범한 바위처럼 보이지만, 하멜린풀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크기가 커지고 있는 중이야. 수십 년 동안 1cm 정도 자란다고 하니 수천 년에 걸쳐 현재의 모습을 만든 거지.


서호주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은 약 35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돼. 지만 오래된 화석에서 남세균의 흔적을 찾아내기란 어려운 일이야. 단단한 골격이 없는 단세포 생물이니까. 그래서 과거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의 정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어. 여기서 하멜린풀의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중요한 거야. 하멜린풀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화석이 아니거든. 지금도 남세균이 번식하고 크기가 커지는, 살아 있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화석 연구와 지구 역사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어. 35년 전 화석을 만든 남세균의 직계 후손쯤 되는 귀중한 존재인 거지.


수십억 년 동안 살아온 남세균이 특히 중요한 것은 산소 때문이야. 남세균은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산소를 만들어내는 형태의 광합성을 한 생명체거든. 남세균의 등장 이후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어. 산소를 이용해 호흡을 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생명체들이 탄생할 수 있었고, 대기 중의 산소가 오존층을 형성해 자외선을 차단했기 때문에 육상생물들도 출현하기 시작했어. 과학계에서는 남세균이 만든 산소 농도의 변화를 "산소혁명"이라고 불러. 혁명처럼 어마어마한 사건인 거야.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한 문장 정도로 짧게 소개될 뿐이지만, 과학계에서의 중요도와 가치는 어마어마해. 그러니까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단어가 15번이나 등장한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어느 날 이 단어를 다시 접했을 때 덜 생소하게 느낀다면, 그것으로 이 글의 의미는 충분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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